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번째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에서 몇번을 읽으려고 했다가 드디어 읽게 된 책. 먼저 밝힐 것은 나는 이 책을 이제 읽은 것에 대해 너무 늦었음에 미안했고, 지금 읽은 것에 대해 다행이다 싶었다.
행여나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간곡히 부탁한다.
그대 너무 심하게 방황하고 있다면, 너무 괴롭고, 외롭고, 온갖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에 휩싸여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위해서라도 꼭 긴 터널을 걸어 나온 후 이 책을 읽기 바란다. 터널을 나오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되면 그 터널을 나오지 못하고 주저앉을까 염려된다. 이는 남여노소 불문하고 부탁하는 바이다.
그 외의 성인들이 이 책을 읽었음 한다. 아마도 이해를 못하고 주인공 홀든을 비난할 수 있다. 내 친구가, 혹은 내 자녀가 홀든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한다면 주위 사람들은 힘들고 이해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세계대전 후 미국을 배경으로 하며, 어느 금요일 오후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의 일들을 시간순으로 기록했다. (정확한 년도가 나오지 않음. 기억 안 났을 수도).
1인칭주인공의 시점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밋밋하다. 굳이 풀어 쓰자면 책을 읽는 내내 상당히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홀든은 왜 불평불만이 많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해보겠지? 하지만 난 그의 비뚤어져 보이는 시각과 말투가 서글펐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괴로웠으면…. 13살 소년의 이상과 감성으로 18살에 180이 넘는 큰 키로 미성년을 살아야 하니,
성에 대한 몰두와 반대로 성장을 거부하는 그의 이상.. 하지만, 그의 몸은 자라고 있고, 어느새 어른들의 세상에 한걸음씩 걸어갈 수 밖에 없는 시간의 법칙들.
가짜, 가식, ~~척, 등의 것들을 가증스럽게 여기고 역겨워하지만, 거부해도 그들의 세계속으로 갈수 밖에 없는 홀든은 괴로웠다.
어쩌면 동생 앨리가 죽은 그때부터 그는 외로웠고, 아팠다.(나의 추측.) 감수성은 예민하고, 소심한 그였기에 더욱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동심과 순수를 지킬수도 없었다.
우울한 상황과 사건들 속에서 더 절망적이고, 비극적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외롭고 우울하고 죽고 싶은 마음뿐……난 그가 이해가 된다. 공감이 된다. 위로해주고 싶다. 내가 그랬기에.
누군가는 그런 홀든에게 부정적인 생각은 할수록 더 부정적으로 성장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그 생각을 멈출수 없는 사람은 이런 말을 듣는 것 조차도 고통일 뿐이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에게 충고는, 어른은, 어른들의 방식은, 자신을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단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의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홀든이 동생 피비의 질문 ‘오빠는 뭐가 되고 싶은거야?’에 대답한 내용이다. 지키고 싶은 동심이라해도 결국 그 아이들은 성인이 된다. 홀든은 그걸 알지만, 지키고 싶어한다. 어른들의 위로와 충고엔 삐딱한 시선이었지만, 동생 피비와의 대화에서는 어쩌지 못하고 동생에게 끌려다니는 홀든. ^^
솔직하고, 새침하고, ….
서부로 떠나려고 동생 피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지만, 동생 피비는 같이 떠나겠다고 큰 짐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 정말 피비가 귀엽다. 그의 진심이, 그의 사랑이 마음을 울린다.
무모한듯한 홀든이지만, 그런 피비에게 당황하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는 홀든은 결국 피비에게 꼼짝못한다. 홀든은 누구라도 자신을 잡아줬음 했고, 집에 들렸을때도 부모님에게 차라리 걸렸음 했지만, 도망만 다녔다. 자신의 마음과 반대로 행동하는 홀든의 마음을 피비는 다 벗겨버린 것 같았다.
나의 18살때 홀든과 같은 마음이 있었다. 내 안에 18의 흔적들을 홀든을 통해 돌아보게 되었고, 다시 아파하며 위로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미루어 뒀던 숙제의 일부를 해결한 기분이다.
이제 잊지 않고 싶은 내 마음, 내 사고의 기억들 그대로 새겨져서 아프고 힘들때마다 서로 위로해주고 싶다. 아팠었던 그때 살아있었고, 아름다웠다.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