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나의 모습은

삶과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대로 잘 굴러가는 삶에 갑자기 죽음이라는 불청객이 들이닥친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나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은.



어느 날 날아오는 누군가의 부고 소식 또는 TV에서 접하는 이름 모를 이들의 사망 소식은 한순간 귓가에 들렀다가 지나가는 바람처럼 흩어진다. 가까운 죽음이 아니라면, 안타까워는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민감도가 떨어져서인지, 역치가 높아져서인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 죽음이 내 것이라면? 느닷없이 쳐들어온 죽음의 그림자가 바로 내 것이라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틈에 죽음이라는 것은 손톱만큼도 낄 자리가 없지만,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 죽음은 그래서 사람을 더 황망하게 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해놓은 것이 없어 분노하고, 해놓은 것이 많아서 분노한다. 왜 굳이 나여야 하는지 받아들일 수 없어 모두를 원망한다.



이반 일리치의 장례식에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기보다 자리 쟁탈과 물욕에 우선인 사람들을 보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몸서리치지만, 곧 ‘그건 그의 일이고 나의 일은 아니다’라고 위로하는 어떤 이의 이중 속마음을 읽고 뜨끔해진다.



이반 일리치는 사회적 명망에 따라 차근히 인생의 성공을 쌓아 올려왔다. 때로는 그 ‘품위’를 지키기 위해 칼로 자른 듯 모든 것을 재단하며 살았지만 딱히 타인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기준에 맞춰가며 살았을 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맞닥뜨린 죽음 앞에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난 정해진 대로 그대로 다 했는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단 말인가?’



죽음 앞에서 한번도 제대로보지 못했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그와 만나고 있는 가족, 의사, 지인 등…. 그는 그들에게서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볼 수 있었던 것. 이반이 바라는 만큼 그를 위해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하지 않음이 너무나 괴롭다는 것.



호스피스 암 환자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히 기록한 듯한 이 작품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죽음 앞에 나는 어떨 것인가에 대한 궁극의 답을 묻는다. 아쉽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정한 인사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을 가질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