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원제 Смерть Ивана Ильич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옮김 김연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12월 8일 | ISBN 978-89-374-6438-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144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삶과 죽음의 참된 의미를 사납게 파고드는 웅숭깊은 통찰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사상과 철학이 집약된 경이로운 걸작

영화 「리빙: 어떤 인생」의 원작,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에 영감을 준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왜 끊임없이 ‘부활’하는가?
2023년 12월, 영화 「리빙: 어떤 인생」으로 다시 우리 곁을 찾아온 이반 일리치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 후대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영광을 누린다. 그러한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이 같은 특권을 톡톡히 누리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수많은 고전들이 인간의 불가피한 운명인 죽음을 다뤄 왔지만, 이 작품만큼 두루 애독된 예는 아마 없을 터다. 아닌 게 아니라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영화만 해도 벌써 다섯 차례나 각색되었고, 연극이나 드라마, 오페라까지 들여다보자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이토록 꾸준히 ‘부활’하는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이를테면 누구나 다 죽을 수밖에 없으므로, 그러나 죽음이 임박하기 전까지 모두 그러한 진실을 잊고 살아가므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전하는, 요컨대 톨스토이가 먼저 깨달은 삶과 죽음의 진면목을 찾아 되돌아오는지도 모른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주제 의식을 재창조한 예 중에, 세계적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이키루(生きる)」(1952)는 꼭 한번 살펴볼 만하다.
어느 날, 구로사와 아키라는 공동 각본가인 오구니 히데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음을 선고받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까?” 전후 시대의 인간으로서 삶과 죽음에 대해 회의하던 구로사와는 결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꺼내 들었고, 곧장 연출에 들어간다. 당시 「이키루」의 흥행과 비평적 성공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았다. 세계 대전 직후, 전범국 일본의 영화가 미국 등 서방 세계에 우호적으로 비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미국의 《타임》(“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숭고함을 명확히 밝혀낸 작품.”)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최후의 순간,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려 하는 감동적이고 심오한 이야기.”) 등 주요 매체로부터 큰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한다. 아마도 이 또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부단히 생명력을 유지하듯,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의 본원적(그리고 보편적) 고뇌를 정확히 짚어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이키루」는 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BBC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2022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각색을 통해 영화 「리빙: 어떤 인생(Living)」으로 또다시 태어났다. 언젠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키루」가 전하는 메시지의 영향 아래서 평생 살았다.”라고 고백했는데, 이 말인즉슨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는 의미일 터다. 그렇다, 이반 일리치는 죽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영원히 되살아날 운명인 듯하다.

편집자 리뷰

노벨 연구소 선정 최고의 작품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이고 완벽하며 정교하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톨스토이는 가장 위대한 작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면 그 점을 바로 알 수 있다.” -토마스 만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비하면 지금껏 내가 써 온 작품은 전부 헛된 일이었다.” -기 드 모파상
“톨스토이의 소설 중에서 단연코 가장 훌륭하다. 자신감 넘치고 생생하며,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가디언》
“죽음이 이보다 더 명료하게 표현된 예는 찾아볼 수 없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삶과 죽음 그리고 믿음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가장 완벽한 작품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모든 것이 한결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죽음 같다. 산을 오른다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꾸준히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만큼 삶은 내 밑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본문에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이자 전 세계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에 심오한 영향을 끼쳐 온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거대한 영지를 소유한 지주, 빈농을 구제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내놓은 자선가, 환락에 취한 탕자, 심오한 진리를 탐구한 구도자 등 서로 상반되는, 심지어 모순되는 여러 면면을 지닌 톨스토이의 삶은 그 누구보다 다사다난했고, 또 그만큼 충만했다. 이토록 굴곡진 그의 인생에서도 특히 결정적 사건이 있었으니, 이른바 1869년 아르자마스 여관에서 맞닥뜨린 임사 체험이다. 일찍이 그는 이전부터 형제와 친지의 연이은 사망(맏형의 죽음 탓에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크림 전쟁 당시에 목격한 숱한 죽음으로 인해 ‘생사(生死)’의 문제에 골몰해 있었다. 그러던 중 진정한 의미의 죽음, 즉 ‘나 자신의 죽음’을 경험한 톨스토이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삶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이 시기를 전후해 완전히 변모한다.
톨스토이는 1878년 걸작 『안나 카레니나』를 발표한 뒤 무려 십 년 가까이 문학적 침묵에 돌입하고, 1882년 참회록 『고백』을 통해 회심을 선언하며 ‘죽음에 의해서도 파괴되지 않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본격적으로 진리를 궁구하기에 이른다. 마침 툴라 지방 재판소의 배심원을 맡고 있던 톨스토이는 어느 검사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하게 되고, 이 사건에 착안해 비로소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해 내는데, 바로 그의 사상적 결실과 인생관이 집약되어 있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역사상 수많은 작품들이 죽음을 주제로 다뤄 왔지만, 『이반 일리치의 죽음』만큼 ‘죽어 감’이라는 과정 자체를 핍진하게 그려 낸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임종 순간에 밀려드는 허무의 어둠과 단말마 이후의 찬란한 평온, 망자를 에워싼 산 자들의 안일한 무관심을 이다지도 진실하게 포착해 낸 소설은 지극히 드물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매 순간 새롭게 읽히고 또 다른 경이를 가져다주며, 늘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제대로 했는데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단 말인가?’ -본문에서

‘죽음이라니. 그렇다, 죽음.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가엾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즐길 따름이다. 저들도 아무려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다들 죽을 테니까. 바보같이. 나는 좀 일찍, 저들은 좀 있다가 떠날 뿐이다. 저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본문에서

법원 사무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동료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전해 듣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자신에게 일어날 변화, 즉 승진과 인사이동 따위를 헤아려 본다. 더불어 문상하는 수고로움과 유족들에게 건넬 위로의 말을 고민하며 내심 성가셔 한다. 이토록 특별할 것 없이 세상을 떠난 이반 일리치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가? 그렇다, 이반 일리치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이나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했다. 남부럽지 않게 성공하고 번듯한 가정을 이룬 이반 일리치는 단지 어느 운수 나쁜 날 옆구리를 다쳤고 그 뒤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을 따름이다. 그는 점차 죽음이 임박해 오고 있음을 자각하면서 과연 좋은 삶을 살아왔는지, 정녕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의혹과 절망에 사로잡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러시아 문학을 연구하며 중요한 작품들을 우리말로 소개해 온 소설가이자 번역가 김연경의 유려한 문장으로 새로 옮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만년에 다다른 레프 톨스토이가 간절하고 투철한 구도를 통해 마침내 깨달은 생사의 의미를 정교하고 도저한 글쓰기로 종합해 낸 작품이다. 한평생 진리를 갈구하며 변화무쌍한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톨스토이가 인생의 궁극적 목적과 죽음의 가치를 밝혀내고자 집필한 이 작품은 이른바 인류의 근원적 질문, 즉 ‘좋은 삶은 무엇이고 또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자 ‘작은 걸작’이라 평가받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우리들 곁에 여전히 삶의 등대로 자리해 있다.

목차

1
2
3
4
5
6
7
8
9
10
11
12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작가 소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1828년 러시아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 백작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1844년 카잔 대학교에 입학하나 대학 교육에 실망, 1847년 고향으로 돌아갔다. 진보적인 지주로서 새로운 농업 경영과 농노 계몽을 위해 일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이후 3년간 방탕한 생활을 했다. 1851년 맏형이 있는 카프카스로 가서 군대에서 근무했다. 이듬해 잡지 《동시대인》에 익명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작품 집필과 함께 농업 경영에 힘을 쏟는 한편, 농민의 열악한 교육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학교를 세우고 1861년 교육 잡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간행했다. 1862년 결혼한 후 문학에 전념하여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대작을 집필,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렸다. 그러나 이 무렵 삶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며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 그리하여 1880년 이후 원시 기독교 사상에 몰두하면서 사유재산 제도와 러시아 정교에 비판을 가하고 『교의신학 비판』, 『고백』 등을 통해 ‘톨스토이즘’이라 불리는 자신의 사상을 체계화했다. 또한 술과 담배를 끊고 손수 밭일을 하는 등 금욕적인 생활을 지향하며 빈민 구제 활동을 하기도 했다. 1899년 종교적인 전향 이후의 대표작 『부활』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번역되었으며, 출판으로 인한 수익은 당국의 탄압을 받던 두호보르 교도를 캐나다로 이주시키는 데 쓰였다. 1901년 『부활』에 러시아 정교를 모독하는 표현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종무원(宗務院)으로부터 파문을 당했다. 사유재산 및 저작권 포기 문제로 시작된 아내와의 불화 등으로 고민하던 중 1910년 집을 떠나 폐렴을 앓다가 아스타포보 역장의 관사에서 영면하였다.

김연경 옮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악령』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와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다시, 스침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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