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우치지 않은 자가 구원받다… 난 이 결말 반댈세

“나는 그저 이[蝨]를 죽였을 뿐이야, 아무 쓸모도 없고 더럽고 해롭기만 한 이[蝨]를.”

✨️전당포 주인을 살해한 주인공 라스콜니코프의 입장이다.

 

아, 오늘 리뷰는 스포가 많다. 줄거리를 읊을 생각은 없으나 내 생각을 얘기하려면 어쩔 수 없어서 작품을 읽기 전이거나 스포에 민감하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보시길. #스포주의

 

✨️ 완독 직후라 깊은 사유는 하지 못한 상태인데 영 개운치가 않다. 내가 볼 때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는데 그 상태로 마음의 평안을 찾고 구원받는 결말이기 때문.

 

전당포 주인 살인을 저런 식으로 정당화하는 건 눈감아준다 쳐도 목격자란 이유로 아무 죄 없는 리자베타(전당포 주인의 배다른 동생)까지 처참하게 죽인 인간이 자기 과오는 뉘우치지 않은 상태로 죄를 통해 구원받고, 진정한 사랑까지 찾는다? 이건 아니지. 도선생 작품 처음 읽었는데 굉장히 실망스럽네.

 

? “고통은 혼자 짊어지는 거야! 어때? 이해가 안 돼? 나중에 이해하게 될 거야. 자유와 권력을, 무엇보다도 권력을! 벌벌 떨고 있는 모든 피조물과 모든 개미집에 대한 권력을! 바로 이게 목적이야!” -p.101

 

✨️역시 잘못된 신념은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라스콜니코프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말 같지 않은 신념 운운하며 일만 저지르고, 결국 뒤처리는 친구 라주미힌과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여자, 소냐가 다 하는데 괴로운 척은 또 혼자 다한다. 내가 보기엔 지도 평범한 인간들 중 하나일 뿐인데 …지 표현대로면 진지하게 스스로를 선각자로 착각해서 살인까지 저지르고 만 중대 범죄자일 뿐인데 말이다.

 

라스콜니코프, 너도 참 자의식 과잉이다. 차라리 생애 첫 찐사랑이 좌절돼서 권총자살 해버린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낫단 생각이 잠깐 들 정도로, 읽는 내내 깜냥도 안 되면서 권력에 눈 멀어서, 높은 자리만 탐내는 정치인들 같아 아주 별로였다. 나중에는 지도 지가 나폴레옹이 아닌 걸 깨달았지만,,, 애처롭단 생각이 1도 안 들더라.

 

✨️ 배운 게 있다면

하나, 방구석에 계속 누워있지 않기.

둘, 혼자만의 세계에 오래 빠져있지 않기.

셋, 사람들과의 소통! 대화의 중요성이다.

 

안 그러면 라스콜니코프 꼴 나기 십상.

 

✨️ 확실히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은 뛰어난 것 같고, 레베쟈트니코프가 루쥔의 개수작 폭로하는 장면과 치밀한 예심판사의 숨 막히는 심리전은 아주 볼만 했다. 가장 몰입한 부분!

 

다음에 읽을 <가난한 사람들>은 과연 기대를 충족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