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남은 시간이 너무 길어요

소설의 시점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는 점이 특징적. 드라마 각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오는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 최근에는 참 많은 것 같은데,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개별적인 게 아니라 거대한 한 스토리를 이룬다는 점이 좋았다. 일종의 추리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한 달 뒤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요. 너무 막막하죠. 그래서 일주일 뒤를 생각해 봐요. 모르겠어요. 다음날은커녕 한 시간 뒤도 상상하기가 힘들어요. 머릿속이 백지장 같아요.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알 수 있는 게 있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껏 하는 생각은, 그러니 죽어 버리자는 것 정도죠. 그러다 또 조금 뒤엔 억울한 생각이 들어요.”

정희는 두려움을 느꼈다. 스스로도 차마 깊이 파고들지 못한 생각들이 낯선 남자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 볼 수도 있겠죠. 사람들은 대체로 내게 다정해요. 내가 너무너무 불행하니까. 나를 동정하면서 아직 자기들이 잃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안도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고, 결국엔 다정했던 사람들도 내 슬픔에 진절머리를 내게 되죠.”

”…….“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남은 시간이 너무 길어요.“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재미있기는 한데, 최종 빌런인 영호가 죽은 이후의 이야기가 전부 에필로그처럼 느껴져서 늘어진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던 이야기가 턱 멈추고, 사실은 이랬답니다~ 하는 식의 백그라운드 스토리가 펼쳐지는 느낌. 그 점이 아쉽다.

 

그리고 꼭!! 영상화 됐으면 좋겠다. OCN 드라마 가상 캐스팅 하게 되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