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노인입니다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밥을 먹고 식판을 치우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엎드려 낮잠을 자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곳, 집을 잘못 찾아가는 입주민이 가끔 생기는 곳, 실버 아파트. 민음사에서 신간 안내가 나오자마자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 이틀 만에 완독했다. 60대의 저자가 실버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관찰하고 겪은 실버기의 초입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도치 않게 입주한 실버 아파트에서 겪는 일, 그리고 실버 아파트를 나와서 겪은 노인으로의 시작과 경험, 작가의 생각이 덤덤하고 담담하게 담겨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실버 아파트가 있는데, 투표를 위해 몇 년에 한 번 내부를 들어간다. 같은 건물에 병원이 함께 있을뿐더러 호텔처럼 꾸며진 입구, 별도로 구비되어 있는 게스트룸, 다양한 동호회와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에 놀라고는 했다. ‘와, 나이가 들어서 이런 곳에 살면 외롭지 않겠다.’, ‘노후준비로 얼마가 있어야 입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책을 통해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청년 주택도 신혼부부 주택도 있는데 실버 아파트가 왜 생소하게만 느껴졌을까.

올해 ‘서른’이라고 하면 다들 ‘헉, 벌써?’, ‘이야, 나이 들었네’하는 반응이 많은데 나는 서른이라는 숫자의 어감이 좋았다. 매년 나의 나이가 좋았다. 한글로 발음하는 그 숫자가 내가 더 안정되는 것 같고 조금은 잔잔해진 파도가 된 것 같았다. 우리는 공부하고 취업하는 것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나이들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는다. 작가가 책의 마지막에서 [실버들, 특히 초보 실버기에 들어선 이들이 나처럼 당황하지 않길. 끝까지 담담하며 당당하기를.]이라는 응원이 많은 사람들에게 와닿을 것이다.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 무섭기보다는, 좋은 어른이 되어 지금처럼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고 싶다. 그리고 때로는 김순옥 작가처럼 글을 쓰고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