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알고 내용도 알고 있으나 읽지 않는 것이 고전이라고 했던가. 그 중에서 이 <전쟁과 평화>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들었었다. 항상 내용도 아는 정작 실제로 읽어보지 않는 그 책들을 책장에 꽂아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라니 참 책들에게 미안했다. 그렇다고 또 섣불리 꺼내 읽지 못한 이유가 한권짜리면 어째 읽어 보겠는데 여러권이라 다른 것을 못 읽게 될까 조바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금씩 읽기를 선택했는데, <전쟁과 평화>는 4개월을 조금 넘겨서야 끝내고 말았다. 바쁘면 건너뛰다가도 어쨌든 끝내고야 말았다.
어디선가 <전쟁과 평화>는 박경리님의 <토지>와 같은 대하 드라마라 하는 것을 봤는데, 맞는것 같다. 작년 민음사 파주 패밀리데이에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4권일줄은 정말로 몰랐었으니까. 그야말로 모든걸 다 알지만 정작 알지 못하는 고전 딱 그 이야기이다. <토지>처럼 이 책도 마지막장을 탁 다 읽고나니 그저 뿌듯한 마음이 생겼다. 그래, 드디어 내가 해내고 말았어라는 작은 성취감이랄까.
단지 역사적 배경이 조금 모자르지만, 나폴레옹이 1812년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은 러시아를 무대를 한다. 베주호프 백작의 사생아인 피에르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다가, 백작의 상속인이 된 후 실세로 등장하게 된다. 역시 돈이 좋긴 좋은것 같다. 좋은 배경으로 엘레나와 결혼을 하지만 그다지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다. 사교적이고 아름다움 엘레나에 비해 내성적인 성격이랄까 피에르 그가 감당하기에 좀 버거운 감이 있다. 엘레나가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깊었던 피에르는 급기야 돌로호프와 엘레나의 소문에 언짢아하며 결투를 벌이고 페테르부르크로 떠난다.
마리야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제작될 때에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수수하게 표현되는 그녀는 제일 안쓰럽게 여겨진다. 볼콘스키 공작은 이유없이 그녀를 핍박하고, 올케가 아이를 낳다 죽게 되자 조카를 맡아 키우게 된다. 오빠인 안드레이 공작은 전투중에 사망하게 되고, 그야말로 조카인 니콜렌카와 단둘이 남게 된다.
니콜라이는 먼 사촌격인 소냐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자신이 직면하는 환경에 결국에는 소냐를 포기하게 된다. 포기라는 말보다는 그의 어쩡쩡한 행동과 주변의 암묵적인 강요에 의해 소냐가 니콜라이를 포기하게 이른다. 읽으면서 봤을 때 니콜라이가 제일로 못된 남자 같다. 다른 면에서는 정의롭고 훌륭한 군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냐에게 하는 행동은 정말 이해불가이다. 아버지 로스토프 백작이 사망하고 나서 빚더미에 안게 된 후 볼콘스키의 유일한 상속녀였던 마리야와 결혼하게 되므로 재기(?)하게 된다. 물론, 마리야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소냐 문제 때문에 내게 미운털이 박힌 것만은 틀림없다.
니콜라이 동생인 나타샤는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과 사랑해 빠져 약혼을 하지만 안드레에 아버지의 반대로 우선 1년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사이 아나톨의 꾐에 빠져 안드레이에게 파혼을 선언하고 야반도주를 꿈꾸다 아나톨이 사랑때문이 아닌 내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빠지게 된다. 프랑스군이 모스크바를 점령할때 피난을 가면서 부상당한 안드레이가 함께했다는 것을 알고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마리야와 별로 감정이 좋지는 않았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안드레이의 친구였던 피에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원래 이 소설의 제목은 <전쟁과 사랑과 죽음>이었다고 본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도스도예프스키는 가난한 시절을 겪은 반면 톨스토이는 부유한 삶 속에서 소설을 썼다고 본 기억이 있다. 아직 그들의 작품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톨스토이의 이야기에는 삶의 여유라는 것이 느껴진다고 언듯 본것 같은데, 농노들의 삶보다 귀족들의 사상이랄까 생활들을 더 많이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전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장 속에서 부상병을 버리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기 때문인지 더 많이 살아남기 위해 저런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 애써 나를 설득하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방대한 이야기이고, 너무 오랫동안 읽어서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큰 줄기는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마도 은퇴하고 나서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지금처럼 짧게 말고 긴 호흡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