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불행 또한 그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그 비중이 어떻듯 간에 나의 책임을 포함할 것이다. 그 굳은 믿음은 삶을 살아가면 살수록 약해졌다. 세상에는 나의 책임이 아닌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그 정점에 서 있었던 게 호재가 아닐까 싶다. 호재의 불행에는 호재의 책임이 없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그 원인 모를 불행 앞에서, 더 불행해질 수 있을까 싶을 때 무언가 날아와 뒤통수를 강타하는 감각. 이상하게 그 기나긴 불행 서사를 보며 나는 위로가 됐다. 그건 이기심의 결과이겠지만, 호재는 소설 속 인물이니까 죄책감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