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중략)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같겠지만 말이야.
내가 17살이 되고 모든 게 어중간하고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보내며, 맞딱드린 세상은 예상치 못하게 위선적이고, 조잡하고, 바보 같아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혐오스런 세상에 자신의 순수를 내주지 않고 잡아두려는(holden) 홀든 콜필드에게 이입을 많이 했다. 호수가 얼면 그곳의 오리들은 어떻게 되는지, 내 안의 “콜필드식 질문”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