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스무 살에 생을 마감한 작가 레몽 라디게가 17세에 발표한 심리 소설이라는 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춘기 소년의 위험적인 사랑과 열정, 그의 내면의 심리를 솔직하고 섬세한 묘사를 통해 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작품이라하겠다.
열여섯 소년 ‘나’는 전쟁터에 나간 군인의 아내 ‘마르트’를 만난 후 그동안 느껴 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이고 둘은 몰래 만나며 사랑과 열정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이른다.
남편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사이 한 청소년과 사랑에 빠진 여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녀는 남편에게 미안함이나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그녀의 비극적인 삶은 아마도 소년과의 사랑과 맞바꾼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소년과 성숙하다고도 비성숙하다고도 말할 수 없는 열아홉 살의 여인이지만 둘의 비도덕적 사랑은 마땅히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진실했으며 여인에 대한 소년의 욕망과 사랑이 절절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소년과 여인의 사랑, 열정, 믿음과 의심, 여인을 소유하려 하고 지배하려 하는 소년의 모든 것의 심리적 묘사를 아주 섬세하게 보여줌으로서 간혹 짜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유부녀와의 불륜이야기라 어린 소년의 과도한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그러했달까…
방탕한 생활도 했고 방황도 했던 천재작가 라디게였지만 정작 그는 어린 나이에 장티푸스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모습을 작품 속의 청년에 투영함으로서 어쩌면 라디게의 성장기라고도 생각 할 수 있겠다.
<육체의 악마>라는 제목에서 말 그대로 육체를 탐닉하거나 성적 쾌락을 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였음에 얼굴이 붉어진다.;;;;;;;;
이번 작품은 왠지 모르게 번역된 문장이 많이 어렵게 느껴졌다.
민음사가 다른 출판사에 비해 번역이 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이 작품은 더 심했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문장을 읽고도 다시 읽는 일을 되풀이 하며 읽었더니 집중도 잘 안될 뿐더러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