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대체 고도란 누구인가…

어느 한적한 시골길 나무 밑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방랑자가 고도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장면으로 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책엔 처음부터 끝까지 고도라는 인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두 방랑자는 고도가 누구인지도 그가 언제 올지도 그를 기다리는 장소가 지금 이곳이 맞는지도 불분명한 채 마냥 기다리기에 열중이다. 오랜 기다림에 지루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들만의 대화인지 말장난인지를 하며 견디는데 그들의 말장난은 참으로 실소와 어이없음의 웃음을 자아낸다.

대체 이 두 방랑자의 대화의 의미는 무엇 일까?

단순한 말장난으로밖엔 보이지 않는 이들의 대화에서 내가 무얼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ㅎㅎ

그렇다고 작가가 단순 말장난으로만 쓰진 않았을 터. 끙,,,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이런 웃음 뒤엔 왠지 모를 공허함(?)쓸쓸함(?) 뭔지 모를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

무작정 누군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는 이 두 방랑자가 처음엔 ‘바보 스럽다’에서 지금은 왜 이렇게 쓸쓸하게만 느껴지던지…

이렇게 고도를 기다리지만 결국 고도는 나타나지 않고, 고도의 말을 대신 전해주는 소년이 나타나 고도는 오늘은 못 온다고, 낼은 꼭 오겠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이 두 방랑자는 다음 날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상황은 되풀이된다.

이들의 지루함과 초조함으로 시작된 놀음은 결국 고도가 나타나야 끝이날 것이란 예감만이 감돈다.

이들은 왜 그렇게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

이렇게 공을 들여 기다리는 고도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이렇게라도 만나야 하는 고도는 혹 신이 아닐까?란 생각.

이들이 기다리는 것이 정말 인간 일까?


에스트라공- 디디.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고도’ 라는 인물은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겐 희망인 반면 죽음이기도 한 존재란 말인가… 저 둘의 대화가 슬프고 힘겹다.

처음 읽었을 때의 마음과 책을 덮고난 후의 마음은 완전 다르게 다가왔다. 이 책은 절대 앞쪽만 보고 판단해선 안될 책이라는 거. 경고망동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거!란 걸 책을 덮고나서야 깨달았다.(나 역시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