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에게 토끼와 낚시대를 빼앗지 말 것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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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에게 토끼와 낚시대를 빼앗지 말 것. 이 책이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임을 알고 봐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더 마음이 먹먹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한스는 총명한 학생이지만, 학업에 대한 강요와 엄격한 규율 속에서 망가져간다. 이 책의 표현이라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려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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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의 의무와 그가 국가로부터 받은 직무는 어린 소년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의 조야한 정력과 욕망을 길들임과 동시에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 아이에게 국가적으로 공인된 절제의 평화로운 이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 대목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9년을 의무로 교육받게 되어있다. 더 길게는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교육과 시험의 연속이다. 우리가 이 교육으로부터 얻는 것은 무엇인가?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이 책은 1906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100년 넘은 지금까지도 교육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상승했으며, 이로 인한 청소년들의 스트레스와 현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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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를 쓰면서 ‘창의성’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 것들을 당연하게 가져야 한다는 듯 물어보는 질문을 보면서 내가 창의력을 발휘했던 순간을 쥐어짜냈던 것 같다.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이 과목들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하고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것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모두 다 따분한 위선자들일뿐이라구! 그저 진땀이나 뻘뻘 흘리며 공부에만 매달리는 가엾은 존재들이지. 히브리어의 철자보다 더 고상한 걸 전혀 모르고 있어. 너도 마찬가지라구’

라는 날카로운 하일너의 일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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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성적이 나오지 않음에 좌절하고, 자신을 낙오자라고 여겨버린 한스는 사실 낚시를 즐기고 토끼를 기르는 작은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감수성 풍부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이 작은 행복조차 빼앗아버린 어른들에 대해서 화가 났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말 힘들었던 순간 그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줄 한 명의 존재라도 있었다면, 한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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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우리 청춘들. 엄격한 제도 아래서 어린 시절부터 주입되어버린 성공에 대한 압박 속에서 조금은 숨통을 트이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다들 마음속 한 켠에 토끼를 기르고 낚시대를 항상 손에 쥐며. 모든 걸 빼앗길지라도 인간의 자유 의지만은 빼앗을 수 없다는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자유롭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