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이 책을 읽으려 시도했을 때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두번째 단편인 <허리케인>에서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200쪽이 채 안되는 분량에 9개의 단편인데다 첫번째 수록작인 <붉은 산호>에 담긴 새로운 과거의 독일을 말하는 생경함과 순간을 쫓는 현 세대의 방식이 남다른 기분을 맛보게 해줬음에도 그랬다.
p72 <소냐>
나는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고, 한편으로는 영원히 멀리 사라졌으면 했다.
그새 읽기가 자랐는지도 모를 일이고 단지 그때의 상태가 지금과 달랐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p137 <여름 별장, 그 후>
나는 뭔가 미래 지향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죄지은 기분이었고, 나도 모르게 말해 버렸다.
작가는 성별과 다양한 나이를 오가며 각자의 빛깔을 재기있게 활용하면서도 결말의 감정이 물질이나 상황의 음양보다는 인물들 각자의 기분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도록 그려낸다.
p167 <오데르 강의 이쪽>
우리가 해명하지 않은 채 넘어갔던 자잘한 싸움들, 불화. 우리는 전혀 다르게 살아갔지. 난 그렇게 생각해. 그게 다야. 극적인 것도 없고, 딱 꼬집어 얘기할 만한 사건도 없어.
p168 <오데르 강의 이쪽>
“인생은 극적인 게 아니야, 안나!” 그는 안나가 자기 목소리를 들엇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달려간다.
확실한건 단편 하나하나의 서로 다른 빛깔을 이전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건 결이 아닌 빛깔이었고 유디트 헤르만은 실내로 들어온 노을이 옅게 그려낸 무지개 같은 기분을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