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라스의 영토

p11

책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과 분리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고독해야 한다. 저자의 고독, 글의 고독, 자신을 둘러싼 침묵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집 안에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하루가 흘러가는 매시간, 들어오는 빛이든 켜 놓은 전등 불빛이든 어느 빛에서나, 정말로 그래야 한다. 몸이 처한 그러한 실제의 고독, 그것은 침범할 수 없는 글의 고독이 된다.​

뒤라스의 글은 아름답고 고요한 언어의 정원으로 이끈다. 간결하고 응집된 세계.

글을 쓰기 위해 고독으로 자신을 보호했다는 작가의 독백은 유일한 글이요, 시끄러운 세계에 섞임 없이 고유하게 울리는 파장이 되어 다가온다.

p46

쓰기 전에 쓰게 될 것에 대해 알 수 있다면 절대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p71

이 감정은 스스로를 넘어 펼쳐질 것이고, 온 세상의 무한을 향해 갈 것이다. 기나긴 세월 동안 그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땅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랑 같은 어떤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의 글, 문체를 갖는다는 것의 의미. 유일한 울림에 쌓은 이야기는 독자를 둘러싼 시간의 독재와 수많은 글의 퇴적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는 자신만의 영토를 갖는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