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만 아니라면

어디선가 봤는데(분명 트위터겠지만…) 마약, 술, 섹스, 폭력으로 물든 이 소설을 주인공이 17세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한 관계자들을 성토, 성토하던 목소리들… 그럼 아마도 미국 남부 대규모 호밀밭 농장에서 벌어지는 끔직하고 축축한, 그러나 에로틱이 빠지지 않는 바람에 비극적인 치정의 결말에 내몰린 청소년 주인공이 호밀밭 한가운데서 절규하는 장면으로 페이드 아웃… 그러나 바람에 출렁이는 호밀이 절규를 음소거 시키는 바람에 더 슬픈 소설인줄 알았는데…

우리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부유한 변호사의 둘째 아들로 사실 의외로 올곧고, 그 올곧음이야알로 홀든의 근원적 정체성이기에 학교라는 둥글거나 정육면체인 공간에선 꺾이거나 휘어져서 적응하기 힘든데, 어떤 이해타산에 맞춰가는 또래 사이에서도 훌륭한 구성원이 되지도 못하는 홀로 가는 존재.

그런데 술이나 담배는 피면서 번듯한 연애나 섹스도 못해. 심지어 몰래 기어들어간 호텔에선 보이가 은근슬쩍 보내준 여성과도 이루지(?) 못하고는 바가지를 뒤집어 쓰고 복부 펀치를 당하는데… 슬프다. (내가 그맘 알…) 그런데 형제애는 강해서 일찍 세상을 떠난 남동생 앨리와 어린 여동생 피비를 생각하고 만나면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눈물이주룩주룩 … 홀든 너란 남자… 도대체…

그나마 재능있는 영문학이 그의 마지막 동앗줄인데 퇴학 당하고 뉴욕을 방황하며 그나마의 은사인 과거 영어 선생이자 현재는 교수인 앤톨리니를 찾아가서 그집에서 자는데 낌새가 이상해 눈을 뜨니 선생이 머리를 쓰담쓰담… 아, 희롱이었어. 그의 사랑은 아가페나 연대감을 넘어서는 에로스였던거야… 에로 퐁 에로 팡 막 그런거

아, 홀든 홀든 홀든… 차라리 호밀밭 한가운데였다면 똥이라도 싸고 불이라도 질렀을텐데 현재 위치가 연극과 CSI와 소송의 도시 뉴욕이라서… 뭣도 못하고 결국 떠나지도 못하고 잡혀서는 정신 상담 받고 학교를 졸업하고 샐린저가 되어서는 무엇무엇 100권에 들어가는 책을 여럿 써서 드높은 저작권이 되었다는… 웅앵웅 슬픈 전설… 아아아~ 으어어 역시 부모님이 돈이 많으시니 실패 극복 퇴학 극복

호밀밭의 방황하는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그들을 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고픈 홀든의 파수꾼은 도대체 어디에… 아, 아아아… 으어어어… #iloveny

p.s. 이자크 디네센의 소설 #아웃오브아프리카 를 어떻게 <아프리카 탈출>로 번역하지… 너무 당황스럽고 기가 차서 어후

p.s. 아아… 작품해설도 후면 주절주절도 없는 이 상큼 깔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