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북클럽 첫 번째 독자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앨리 스미스의 4계절 4부작 중 <가을> 책을 받게 되었다. 표지 그림은 유명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가 영국에서 쓴 최초의 포스트 브렉시트 소설이라고 한다. 이민자는 떠나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자신의 어린 딸과 친하게 지내는 이웃 노인 대니얼 글럭을 동성애자로 생각하며 멀리하게 만드는 엘리자베스 어머니는 다수자를 대변할 것이다. 최초의 서양 여성 팝 화가 폴린 보티에 대해 꽤 자세히 다루는데 그 당시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여성이 예술 활동을 하는 것에 사람들은 무모하고 쓸모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학에 조예가 깊은 이웃 대니얼과 엘리자베스는 다양한 여러 분야의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우정을 쌓는 동안 문학과 예술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며 결국 자신이 미술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보수적인 인물인 엘리자베스 어머니는 순수하게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대니얼과 엘리자베스의 관계를 의심하며 대니얼을 배척하려 하였지만 말년에 그녀는 여성 애인과 살게 된다. 또한 소수자 난민을 위해 투사급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이 변화를 보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딸이었던 엘리자베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뀐 건 아닐까 생각된다. 학교 숙제로 이웃을 인터뷰해야 한다는데 뉴스도 어차피 가짜이니 그냥 꾸며내라고 하고 늙은 호모이니 가까이하지 말라는 엄마 밑에서 자란 엘리자베스는 대니얼과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세상이 흑백, 이거 아님 저거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상 깊었던 것은 대니얼이 엘리자베스를 항상 만날 때마다 하는 첫 문장은 “뭘 읽고 있니?”다. 그만큼 이 책에는 다양한 문학의 문장들이 나온다. 우리 아이들이 이웃 사람과 만날 때마다 책에 대해, 문학에 대해, 예술에 대해, 그리고 그 예술을 가두지 않고 끊임없는 상상력으로 끌어내는 대화를 하게 되는 행운이 쥐어졌으면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이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폴린 보티’와 ‘크리스틴 킬러’ 세대를 앞서갔던 여성들. 4부작 중 하나인 <가을>을 읽고 나니 나머지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뚝 뚝 끊어지는 느낌이 있어 처음에는 읽기가 조금 힘이 드나 퍼즐이 조금씩 맞춰가는 느낌이 들면서 뒤로 갈수록 강하게 끌어당기는 소설이다.
평생의 친구. 그가 말했다. 우리는 때로 평생을 기다려서 평생의 친구를 만나게 된단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도 일어서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71p)
아무도 대니얼처럼 말할 줄 몰랐다. 아무도 대이널처럼 침묵할 줄 몰랐다.(194p)
시간 여행은 진짜가 맞아. 대니얼이 말했다. 우리가 늘 하고 있고, 순간에서 순간으로, 찰나에서 찰나로.(228p)
우리의 동물적 본성에 이렇게 깊이 뿌리박혀 있잖니. 대니얼이 말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지 않는 것 말이야.(229p)
“이상적인 여성은 일종의 충실한 노예예요. 불평 한마디 없이, 보수도 한 푼 없이 집안일을 돌보고, 남자가 말을 걸어야만 대답하고 늘 양순해야 하죠. 하지만 혁명이 다가오고 있어요. 온 나라 젊은 여성들이 각성하고 고개를 젓고 있어요. 두려우세요? 그게 그녀들이 바라는 바예요.”(31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