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당신이 아주 확실하게 모든 책임을 지고 “모두 내 책임입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나는 더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로 만족할 수 없고 책에 쓰여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요. 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을 찾아야 해요.
‘작은 종달새’ ‘바스락대는 다람쥐’ ‘사랑스러운 작은 노라’ ‘군것질쟁이’… 낯간지러운 이 호칭들속에 진심으로 노라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라고 부러움에 앞서 착각을 했다. 이 책이 페미니즘 희곡이라는 걸 알면서도 책을 펼치자마자 성급한 환상에 빠지다니… 나 또한 의존적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종달새였던가?!
달콤한 대화속에 헬메르는 사랑이라는, 진실이라는 겉옷을 가시 같은 말들에 입혀 노라에게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임을 알게하고 그렇기때문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아, 내 복 받은 작은 종달새.’ 헬메르의 대사 중 가장 기분 묘하게 하는… 여성들을 소유물 취급을 하다니…
1879년에 발표된 <인형의 집>은 처음 발표되자마자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19세기 말 당시 유럽에서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던 결혼과 남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과도 같았다고 서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