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좋아한다면 더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도 그래야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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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자신이 여자 후배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어진 권리와 혜택을 잘 챙기면 날로 먹는 사람이 되고, 날로 먹지 않으려 악착같이 일하면 비슷한 처지에 놓은 동료들을 힘들게 만드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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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 안 태우는데, 딱 보니까 면접 가는 거 같아서 태워 준 거야.”
태워 준다고? 영업 중인 빈 택시 잡아 돈 내고 타면서 고마워하기라도 하라는 건가.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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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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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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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이를 통해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소설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고, 중간중간 위트도 있어, 가독성이 좋다.
여성들에게 아직까지 지워진 편견, 제약 그리고 여성들의 이루지 못한 꿈.
이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여 잔잔한 울림과 씁쓸함을 전해준다.
이 시대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과 어머니들에게 응원과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