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생각을 열심히 하고, 또 생각하고, 판단을 할 때마다 여러 번 생각하면 올바른 선택을할 수 있을까?
아뇨. 절대 안됩니다. 그냥 늦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늘 늦는 사람들이에요. 행동이 빠르기 때문에 판단이 느릴 수밖에 없어요.
ㅡㅡㅡㅡㅡㅡㅡㅡ
진짜 중력이라는 건 그런 겁니다. 우리를 마구잡이로 끌어당기는 건 아니에요. 죽을 만큼 잡아당기는 건 아니라 이겁니다. 신은 딱 적절할 정도로만 중력을 만들어 놨어요. 우리가 하늘을 날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쓰러질 정도도 아니에요.
ㅡㅡㅡㅡㅡㅡㅡㅡ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그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 준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았다. 편견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준 후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모든 게 나아질지도 몰랐아.
ㅡㅡㅡㅡㅡㅡㅡㅡ
얼마나 많은 ‘만약’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혹시’를 떠올렸는지 모른다. 번번이 기대와는 다른 결과에 실망했지만 ‘만약’과 ‘혹시’를 떠올리지 않게 될 날이 오는 게 더 두려웠다. 실망하더라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쪽보다는 나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보여 주는 게 무조건 맞아. 걱정하지 마. 누군가 슬퍼할 거라는 이유 때문에 그걸 얘기하지 않으면 슬픔이 사라질 거 같아? 절대 아냐. 세살에 슬픔은 늘 같은 양으로 존재해. 슬픔을 뚫고 지나가야 오히려 덜 슬플 수 있다고.”
.
.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낮에는 컴퓨터 AS기사 송우영, 우주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유영하는 남자 이일영, 낙하산 수리를 하는 강차연, 송우영의 코미디언 동료 세미.
모두가 개성있고 매력있는 캐릭터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전개방식으로 글이 이어진다.
무거울 것 같은 이별, 가족사, 죽음 등을 코미디로 승화시켜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 않게 풀어간다.
방송이나 인터뷰들을 보면서 김중혁 작가는 참 위트 넘친다, 재미있고, 독특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소설 역시 위트와 재미가 넘친다.
여담이지만, 성적 농담과 외모 비하 농담들은 책이든 현실에서든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
.
.
“송우영이 농담 속에서 살아간다면, 저는 소설 속에서 살아갈 겁니다. 문자와 문장과 문단 사이에서 죽치고 있을 작정이고,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 물음표의 곡선에 기댄 채 잠들 때도 있고, 느낌표에 착 달라붙은 채 서서 잠들 때도 있을 겁니다. 마침표는 제가 들어가기에는 좀 작을 거 같지만, 문단과 문단 사이에서는 충분히 쉴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살 수 있어 즐겁습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소설 속에서, 글 속에서 살아갈 작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