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무척 마음이 아팠었다. 그 사실만은 분명히 기억났지만 그때 왜 마음이 아팠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슬픔도 지나가 버렸고, 기쁨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절망도 지나가 버렸다. 그런 감정들은 흘러가 버렸고, 퇴색해 버렸다. 그 감정들의 깊이와 가치도 상실되었고, 이제 드디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한때는 그토록 마음 아픈 기억이었건만. 이젠 고통도 꽃잎처럼 떨어져 시들고 말았다. p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