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란 단어는 아름답고, 왠지 고귀한 단어 같았다. 그 단어를 보면 마치 옛 교과서에서 풍기는 이미지들, 즉 가난하지만 청결하다는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가난한 사람들은 청결하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었다. 사회적 진보는 청결 교육에 있었다. 빈곤한 사람들이 일단 청결해지면 <가난>이라는 것은 명예 훈장이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궁핎한 사람들의 눈에도 궁핍에서 오는 불결함은 다른 나라에 사는 하층민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었다.
<창문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명함이다.>
그래서 무산자들은 당국에서 환경 개선을 하라고 준 돈을 꼬박꼬박 자신들의 집을 깨끗이 하는 데 썼다. 비참한 상황에서 그들은 역겹지만 바로 그 때문에 구체적으로 체험 가능한 모습으로 사회 통념들을 교란시켰다면 이제는 개선되고 깨끗해진 <가난한 계층>으로서 그들의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상적이어서 예전에 비참했던 모습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궁핍에서 오는 비참함은 구체적인 말로 묘사될 수 있지만 가난은 그저 상징일 뿐이었다. 50-5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