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곡선을 그리며 눈에 띄지 않게 기울어지고 있던 태양은 나직이 떨어져 그 이글거리던 백열 상태에서 빛도 열기도 없이 탁하기만 한 붉은색으로 변했으며, 마치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덮고 있던 어둠의 감촉에 질려 사색이 된 채 갑자기 사라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