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면 여자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내 잘못이, 아니다.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더, 많다. 여자가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랫동안 그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 않다는 말로 살았던 때가 있다. 분명히 있지만 더 많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미약한 나는 아니라고도 할 수 없었다. 정말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여자의 말을 섬기던 지영이처럼 나도 문장을 섬겨왔다.
이젠 알 것 같다. 남자, 여자 성별을 떠나서 왜 내가 너가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쉽고 편한 말로 금방 읽어내도록 써 내려가준 작가님께도 감사드린다. 눈높이 교육 같은 소설이었다. 지영이는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하고 책 읽는 내내 그랬다. 그리고 무서웠다. 누군가 손가락질 할까봐. 과장이라고, 피해 받은 걸 전시하는 거냐고 할까봐. 그런데 나는 한치의 거짓말도 보태지 않고 이처럼 살아 간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설이 일기장 같았다고 고백한다. 흔들림없는 낮은 목소리로 고백한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솔직한 마음으로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