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요

처음엔 화가 많이 났었어요. 책을 다 읽고 잠도 못잤죠. 여자의 죽음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아마 제가 기댈 곳 없는 도시 속에서 여자를 저처럼 여기고 소설 끝까지 달려왔기 때문인가봐요. 잠도 못이루고 하루 이틀 지나서 조금 멀어져 그들을 봤어요. 그러자 제목도 다시 보였구요. 어쩌면 이 도시의 이 사회의 세상의 단상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도시의 시간 중 찰나. 격변하고 흔들리는 도시 속 연약한 움직임. 우리가 가장 연약할 때. 날 것일 때. 세상으로 나오려고 할 때 일지도 모르겠고요. 다 읽고나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알 수 없는 기분 자체가 도시의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도시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는 걸까요. 흐르고 있긴 할까요. 매일 꾸는 악몽처럼 제게 고여있는 것은 아닐까요. 책장을 넘기기 너무나 힘겨웠지만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네요. 책 자체가 한 시대(?)의 감정을 연상시키게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문체보다도 대사보다고 캐릭터보다도 어떤 사건 보다도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그 모든게 오는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