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이불 속에 파고드는 널 밀쳐내며 귀찮게 여기고, 또 한 날은 나에게 무심한 너의 주의를 끌고 싶어 안달이 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나를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퍽 이기적이라 내 자신이 스스로도 싫은데, 너는 항상 내가 밖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떨어질 듯이 반갑다며 꼬리를 새차게 흔든다. 그럴 때면 나는 매번 가슴이 내려 앉는다. 미안해서. 어떤 때는 네가 떠오를 겨를도 없이 밖에서 거나하게 잘 놀다가도 또 어떤 날은 네가 사무치게 그리워 잡아 놓은 약속도 파한 채로 집으로 돌아간다. 변함없이 너는 항상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자의적으로 정해 놓은 사실에 안심이 되다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의 자기 중심적인 발상에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지곤 한다. 산책을 오 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숨이 가쁜 너를 보며 지나간 세월들을 야속해 하다가, 그 지나온 시간들 동안 내가 줄곧 안이하게 너를 대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며 과거의 나를 원망한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작심 삼십분을 넘기지 못하고 과거의 어리석은 나를 번복하며 살아간다. 나는 아무래도 항상 너에게 미안해야 할 마음만 가진 친구인가보다. 요즘은 종종 너의 죽음을 상상한다. 하루도 살지 못할거야,라는 극단적인 슬픔을 예상하지만 집을 떠난 여행지에서 너를 떠올리지 않았던 지난 나를 회상하며 나의 매정한 일면에 놀란다. 그래.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살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살아남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