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을 권함

김한민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이 책도 주저 없이 골랐다. 저자만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몇 있는데 이번이 그에 해당한다. 왜 그가 좋으냐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할 수 있다. 그가 쓴 짧은 문장들은 때때로 새카만 활자들 안에서 편히 생각할 수 있는 느긋한 공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그림으로, 할 수 없는 것만 글로 쓰리라!’라고 그가 말했듯, 그의 책은 언제나 간결하다. 그의 책은 그림과 짧은 텍스트만으로 독자인 나의 마음을, 활자들의 거대한 범람으로부터 나를 흔쾌히 이탈 시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책이 마냥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그의 책에는, 온통 밑 줄과 포스트잇으로 덕지덕지다. 항상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는 나지만, ‘그림 여행을 권함’에서 그가 여행했던 방식대로 정말 순수하게 ‘스케치북’만 들고 여행을 가보고 싶다. 지금만큼 여행이 간절했던적이 있었나. 지금만큼 그림을 그리는 것에 갈증을 느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여행이란 이 책에서 그가 언급했듯 ‘자기 삶의 질을 지키겠다는 보호 본능’이다. 지금 내 삶의 질은 최하위다. 떠나야겠다. 그러고보니 짧은 마실도 다녀온 지 꽤 오래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