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고독하게 살다 간 시인의 생애가 담겨 있는 아픔의 시들, 그래서 나처럼 일반인의 가슴에 새기기에는 다소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내가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 에밀리 디킨슨 -
에밀리 디킨슨, 미국 시인. 철저하게 고독한 생애를 살다 간 시인. 그녀의 수많은 시에서 고독, 슬픔, 상처, 영혼, 바람, 공포, 사랑, 소멸 등의 단어를 만날 수 있다. 단호하게 부딪혔던 그 시절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절망했던 아픔과 고독을 합리화하면서 시를 썼기 때문일까. 그녀의 시는 깨진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게 파고 들다가도 , 어린 아이의 살갗처럼 고운 향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 그러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
에밀리 디킨슨의 시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는 시이다.
사랑으로 충분하다고, 충만한 마음을 전했다가, 다시 그 말을 거두면서 현실을 직시하는 초라한 인생을 고백한다.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라고.
그녀의 시에는 붙임줄(-)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시행을 끝맺지 못하는 습성 때문인가?
영혼이 날 비난했네 - 그래 난 두려워 떨었네 -
금강석의 혀가 욕하기라도 한 듯 모두 모두 날 비난했네 -
허나 난 웃음 지었네 – 내 영혼은 – 그 아침 – 내 친구였네
에밀리 디킨슨의 시 “영혼이 날 비난했네”의 1연이다.
영혼이 비난했다, 그래서 두렵다고 하는 말은, 시인이 그만큼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했다거나 영혼의 순수함을 간직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생애에 대한 순수와 인간의 감수성을 예민하게 간직했던 그녀의 삶은 그야말고 철저하게 고립되고 외로운 삶이었을 것이다. 가시밭 같은 길을 자처하며 홀로 외롭게 자신의 영혼과 싸움을 하는 일. 순수하게 시의 마음을 간직하며 살려는 노력.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런 나날이었을까.
그래서 그녀는 하찮은 돌멩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할까” 하면서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던 것일까.
얼마나 행복할까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길 위에 홀로 뒹구는,
(중간 생략)
태양처럼 자유로이
결합하고 또는 홀로 빛나며,
절대적인 신의 섭리를 지키며
덧없이 꾸밈없이 -
시 “저 하찮은 돌멩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의 일부분이다.
이 시는 어쩐지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절망적인 고독과 슬픔의 생애를 자기 스스로 대변한 것처럼 느껴지는 시이다.
“슬픔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시인”
- 신형철 문학평론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