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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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별렀다 . 이 책을 . 하핫 ~ 벼른 만큼 좋았다 .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들으며
책 한 권이 그렇게 끝났다 . 세상 어딘가를 계속 순례 중인 쓰쿠루와 멈춰선 쓰쿠루들에게 가끔 그런 안식년이나 안식일이 필요하다는 듯한 그런
위로와 격려를 담은 이야기 아니었나 한다 .
무심코
살면서 자신의 뒷덜미 어디쯤에 잘못 걸린 못에 제대로 걸린 것처럼 걸음을 앞으로 해나갈 수 없는 때 . 그런 때가 우리 모두는 아마도 있지
않을까 , 없다면 당신에겐 아직 오지 않은 순례의 해라는 듯이 , 숨을 고르게 하고 , 들썩이던 어깨를 쉬게 하는 글이 아니었나 한다
.
해가 더해 갈수록 하루키 소설에도 맛이 깊어진다
. 내 하루키이다 . 다른 누구의 하루키도 아닌 …
쓰쿠루가 멈춰선 어느 날 그 맘 속에서 차마 내려 놓지 못한 시로와 구로처럼 , 아오와
아카처럼 , 하루키의 쓰쿠루는 나만을 향한 이야기가 된다 . 멈춰선 지점이 있는 내가 그를 모른다고 할 수 없기에 그렇다 .
그렇다면 나도 나도 , 머뭇 머뭇 그들을 찾아가 정지되었던
순간부터의 이야길 해도 될까 … 그래도 들어줄 내 쪽의 아오나 아카 , 혹은 구로( 에리)가 있을까 … 내 삶의 시로 ( 유즈) 는 과연
누구였을까 . 완벽하다 여겨지던 날에 돌을 던지고 무수한 실금만 남긴 채 시간과 나이 저 멀리로 가뭇해진 친구들은 … 누구였을까 , 대체
발치에 차이는 돌이 내 길에 얼마나 많길래 한 치 앞도 안보이고 한 걸음도 못 나가나 …
그렇게 막연하고 막막할 때 , 하루키가 놓아준 리스트와 쓰쿠루와 순례의 여행을 나서서
바래진 내 색을 찾아야 겠다 .
꼭 그래야 겠다 . 나만
멈춘 줄 알고 앞을 못보는 동안 먼저 세상을 등지는 이가 생겨서 아무 이야기도 못 듣기 전에 …
그러니 어느 날 , 적당한 어느 날 내가 보이거든 , 햇살 가운데 혹은 흐린 날의 가운데
희미한 색채로의 기억이던 내가 당신 에게 보이거든 아 , 쓰쿠루와 순례의 시간이 당도했구나를 알아주시길 …
” 그러니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늘 상대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했어 . 또는 적당히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자를 골랐어 . 상처를 입지 않아도 되게끔 . 그런거지 ?
”
ㅡ 본문 133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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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으면 말같은건
나오지 않는거야 . ”
ㅡ본문 194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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