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을 것인가 ㅡ

어떻게 질문 할 것인가 ㅡ김대식

무중력 증후군 ㅡ이라는 윤고은 작가의 글을 보다가 글 속 주인공이 친구 구보씨에게 상담 판매원의 적절한 목소리 톤을 설명하는 글을 보며 나 혼자 한참 웃은 적이 있었다 . 내가 웃은 곳의 포인트는 글의 설명이 아니라 내가 발음하는 음계의 최초 설정에 있었다 .
시보는 구보에게 솔 ” 음 정도에서 상담자와 대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나는 애초에 그들이 말하는 음계 영역에서도 한 참 낮은 도레 도레도 ㅡ를 말하면서도 낮은 도-시-라-솔 처럼 도레미를 더 낮은 영역으로 거꾸로 끌고가며 발음했던 것이다 . 그래서야 시보가 말하는 솔” 음엔 당췌 닿을 수 없지 않나 ㅡ 를 깨닫고 미친 X 처럼 혼자 깔깔 댔었다 .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 글은 공허한 떠듬 ㅡ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

그래서 넌 뭘 말하고 싶은거니 ?를 내내 낮은 도처럼 끌고 다니며 솔까지 가지도 못하고 이 책을 덮었다 .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자들에겐 춤을 추는 자들이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ㅡ 니체

사실 대따 예쁜데 또 대따 재미없는 책을 읽었다 . 왜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정리를 하는지 뭘 권하고 싶은지 ㅡ한마디로 이 책에선 내가 찾는 맥락은 도무지 없어 보였달까 ㅡ 그래서 자꾸만 니체의 격언이 생각났다 . 질문의 책( 언제 질문의 책이라고 했나!) 이라는 거대한 명제를 이 책은 거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 아 , 글쎄 그게 내 오해래두 그러네~) . 그냥 뇌과학자라는 수식도 빼고 , 김대식씨가 읽고 정리한 책들의 단상 쯤 ㅡ ??!!

앞에서 차례차례 읽으면서 내내 울렁거렸다 . 좋은 말들과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어도 나는 계속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조급증에 빠진 나머지 통 즐거울 수가 없었다 . 어쩌면 그냥 그 말들을 즐겨야 했는지도 모르고 , 더구나 리뷰 마감 일자까지 붙은데다 리뷰를 안하면 아까운 내 민음북클럽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는다니 배로 마음이 무거워 즐길 수가 없지 않나 ㅡ ( 웃자고 한 말인데 나 혼자 웃기다ㅎㅎㅎ)
암튼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독자에게 책 리스트를 전달하는 서평을 모은 것 같았다 . 책 한 권을 읽어도 거기서 팍 오는 필을 찾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이렇게 조각조각 낸 말들에선 의미를 연결지어 찾을 수나 있는지 , 나만 어려웠던 건지 . 읽으며 땅 굴을 파고 들어갈 뻔 했다 .

이런 방식의 책 접근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내 고정관념을 탓해본다 . 책의 의미 등을 먹기 좋게 떠서 친절하게 입에 넣어주는 책들에 익숙한 탓이라고 …

제목을 보라 ㅡ 얼마나 호쾌한 물음을 던져주는가! 그런데 안 알랴줌 스킬을 써서 모르면 바보니 ‘ 니가 찾는 답은 문제도 니가 만들라는 ‘ 식이니 어렵다 . 누가 가르쳐주길 원한 건 아니지만 …
명쾌한 질문도 없고 명료한 답도 없고 , 뭘 질문할 것인가를 찾지 못하니 어떤 좋은 답도 낼 수가 없더라는 …

그래서 포기 끝에 뒷장부터 앞으로 읽어오는 꺼꾸로 읽기 방법을 썼다 . 조금은 닿을 듯 말듯하게 뭔가 보인 것도 같았다 ( 한마디로 고전을 읽으라 는 ! 그리고 과학자 말도 좀 들으라는 걸로 읽힘 ㅎㅎ). 그런데 읽은 그걸 잘 표현을 못하겠으니 어쩜 전혀 찾아진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

앞에서 읽으면 ( 적어도 내 쪽에선 ) 맥락 따위가 보이지 않는다 . 아예 맥락을 파괴하는 방향에서 시작해야 그나마 조금 책이 말하고 싶어하는 결들을 찾을 수 있다 . 그러므로 익숙한 패턴의 맥락을 찾고 싶다면 뒤에서부터 읽기를 권한다 . 뇌과학자의 독서는 어떤가 아주 조금 알 수 있는 책이었고 그렇지만 역시 재미는 없었다 . 언제고 어느 때고 이 독서가 떠오르며 저자가 던진 단상들이 다른 독서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한 탓에 책을 읽어도 즐겁지가 않았다 . 읽는다는 건 알고 싶다는 건데 알아도 혼자 아는 건 재미 없기도 하고 , 그런데도 ㅡ 대체 왜 ! 무엇을 위해 ! 읽고 쓰나 , 그랬다는 … 그러니 그것은 책 탓이 아니라 내 개인의 탓이라고 변명처럼 붙여 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