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소설은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란 단편집 뒤 두 번째 접하는 소설이었다. 처음 읽었던 단편집의 느낌은, 줄거리들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아 그 내용이 그 내용 같지만 특이한 문체와 표현들 한 두 문장이 선명히 뇌리에 박히는, 그런 것이었다.

 

이번 장편은 전에 봤던 것들과 분위기나 표현들이 많이 다르게, 코미디 러브 스토리라 쉽고 재미나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뒤쪽 작가의 말에서 보니 그는 ‘젊어서는 비극을 쓰고 늙어서는 희극을 쓰자’란 생각이 있었는데, 좀 일찍 희극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남주인공은 전직 판사인 여당 국회의원인 김수영으로 집안이나 개인의 역량으로 봐도 능력 있고 성격도 모나지 않고 외모도 준수하다. 여주인공인 진보 노동당 당 대표인 오소영 또한 뛰어난 미모에 언변 좋은 능력자다. 역시 러브 스토리의 흐름은 선남선녀를 등장시켜야 상상에 방해를 받지 않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몰입도를 높이는 법인가 보다. 거기다 몇 년 전 드라마로도 방영된 탓에 신하균과 이민정의 얼굴과 목소리가 겹쳐지니 더욱 매치가 잘된 듯도 하다.

 

 

이응준의 표현법은 뭔가 특이하다란 인상이 깊었는데, 사실 이번 작품에서는 과장된 표현들이 몇 보였다.

p.22

모기 불알 반쪽만 한 금배지–너무 심한 과장이 아닐까.

p.75

1980년대 대학가 경찰 프락치 같은 홍기사가 상해임시정부의 문지기처럼 달려와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이라도 전하는 양 외친다.–경찰 프락치와 임정의 문지기란 이미지는 전혀 매치가 안 될 뿐 아니라, 진주만 공습이 1941년인데 당시 임정은 충칭에 있지 않았나?

p.78

반도체에 먼지가 끼어 있는 듯한 인상과 말투–확실하게 감이 오지 않는 표현.

p.148

김수영과 오소영은 아우슈비츠 가스실 속의 벌거벗은 유대인 남매처럼 절망했다.–여야 의원들이 정답게 술 마시고 노래하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본 후 두 주인공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