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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우리 집에 옮겨다 놨으면 좋겠어.”

전시된 아름다움, ‘쇼룸’을 향한 프랜차이즈형 욕망
소비와 주거, 그리고 삶을 잇는 조립식 상상

2014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장편소설 『청춘 파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의경의 첫 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등단작 『청춘 파산』을 통해 김의경은 관념이 아닌 실재로서의 신용불량자, 파산자를 그려내며 한국문학에 낯설고 새로운 서사를 선사했다.

그리고 4년 후, 첫 번째 소설집 『쇼룸』을 통해 물건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삶,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자발적이고 성실하게 소비의 노예가 되어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묘파한다. 계란절단기나 레몬즙짜개, 크노파르프 소파와 헬머 서랍장, 이케아와 다이소, 고시원과 전세 보증금으로 확인 가능한 얇고 슬픈 정체성. 소설집의 제목인 『쇼룸』은 빛나는 대상을 향해 소설 속 인물들이 지니는 투명한 욕망을 아우른다.

그러나 작가가 ‘쇼룸’이라고 발음할 때 그 목소리는 전시된 공간의 허황됨에 대해 계몽하지도, 쾌적하고 합리적인 공간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도 않는다. 다만 집중하는 것은 착시에서 발생하는 틈이다. 가지고 싶고,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지지 못하는 상태. 김의경은 그 괴리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비의를 묵묵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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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솔직히 신혼집을 이케아 가구로 채우고 싶진 않아. 최대한 비싼 가구로 채울 거야.”
“왜?”
“왜긴. 자취생도 아니고 4, 50년 결혼 생활 할 건데 당연히 비싸고 좋은 걸로 해야지.”
미진이 말했다.
“얘가 은근 고리타분하네. 나는 고가의 가구로 50년 사느니 이케아로 5년에 한 번씩 바꿔 가며 살고 싶은데. 나는 5년은 스칸디나비아 풍으로, 5년은 프로방스 풍으로 컴퓨터 배경화면 바꾸듯이 바꿔 가며 살 거야.”
―「이케아 소파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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