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스트 문학상(2006), 벨트 문학상(2007), 토마스 만 상(2008) 수상 작가
통일 독일의 촉망받는 신예, 다니엘 켈만
거짓이 진실이 되어 버린 세상, 정체성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2005년, 독일 문단에 바람과 같이 나타난 다니엘 켈만은 그해 발표한 장편소설 『세계를 재다』로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한 작가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후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이기도 한 다니엘 켈만의 새로운 장편소설『에프』가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는 세 형제 마틴과 에릭, 이반이라는 세 인물을 통해 다니엘 켈만은 거짓이 진실이 되어 버린 세상,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헛된 이상을 좇는 인간 삶을 솔직하지만 담백하게 그려 냄으로써 오늘날 독자들에게 진정한 존재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 성직자 마틴, 금융 전문가 에릭, 큐레이터 이반, 세 형제 이야기
— 거짓과 진실, 진짜와 가짜를 오가는 인간 삶
에릭, 이반 두 쌍둥이 동생의 이복형 마틴은 성직자다. 고도비만에 무엇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 흐른다. 고해성사 도중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신도 몰래 초코바를 삼키며, 콜라를 단숨에 들이켜고 싶지만 보는 눈들이 많아 참는다. 하지만 괜찮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제들 중 고도비만인 분들도 꽤 있는 편이니까.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되는 비밀이 있다. 마틴은 사실, 신을 믿지 않는다. 그가 관심 있는 건 오로지 큐브와, 전국 큐브 대회뿐이다.
에릭은 금융 전문가다. 매사에 신경질적이며 잘난 척하는 에릭은 고객 앞에서나 형제들 앞에서조차 고고한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다. 아내는 전직 여배우로 여전히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그에겐 숨겨둔 애인도 있다. 하지만 에릭은 자신의 고객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 백화점 상속인의 재산을 이제 막 날린 참이다. 그뿐만 아니다. 에릭이 손해 본 고객의 돈은 어떻게 해도 메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액수이고, 에릭은 이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고 한다.
이반은 잘나가는 큐레이터다. 화가 지망생이었지만 자신에게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진로를 바꾸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에 늘 미련을 느끼던 이반은 거장들의 그림을 모작하기 시작한다. 이는 이반에게 있어 일확천금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큐레이터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한 화가의 그림을 일부러 세상에서 감추고 오래도록 묵혀둔다. 그리고 그동안 그의 그림을 열심히 모작한다. 시간의 힘, 매스컴의 힘으로 화가의 그림 값을 천문학적으로 올려 놓으면 그때 자신이 모작한 그림을 슬쩍 끼워 파는 것이다.
▶ 가족(Family), 재산(Fortune), 신앙(Faith), 실패(Failure), 거짓(Fraud)
— 그리고 운명(Fate)의 에프(F)
마틴과 에릭, 이반의 아버지 아르투어는 소설가다. 그저 그런 실패한 작가였던 아르투어는 아내 덕으로 반백수처럼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들들과 들른 최면술 쇼에서 린데만을 만난다. 린데만은 아르투어에게 진짜 삶을 찾아 떠나라고 말하고, 아르투어는 정말로 그날 아이들을 버려두고 훌쩍 떠나 버린다. 몇 년이 지난 후, 아르투어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다. 매스컴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터뷰조차 하지 않는,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작가. 그의 소설 제목은 『내 이름은 아무도 아니다』이며, 주인공은 에프(F)로 지칭된다.
소설 속 소설인 아르투어의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아무것도 아닌 채 살아가는 남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이름을 불리지만 이름이 없는 사람. 조상의 조상의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삶, 그 끝에는, 혹은 각자의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무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들 개개인은 반드시 존재하고 있었는가? 진짜 삶을 누린 것이 맞는가?
인간의 경우도 차이가 크지 않다. 만약 우리가 늘 같다면 어떨까? 늘 다른 꿈속에 나올 뿐인가? 이름만이 우리를 속인다. 이름을 치워 버리면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에프(F)라는 제목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가족, 재산, 신앙, 실패, 거짓, 그리고 운명. 그리고 동시에 그 이름은 ‘아무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다니엘 켈만이 이를 통해 우리 삶의 허무함이나 헛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아무도 아닌 채’ 살아가더라도, 어쨌든 각자에겐 삶이 있고, 지금 그것을 누리고 있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말 끔찍해요.”
“물론 끔찍하겠죠. 그게 인생입니다.”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죠?”
“난 치료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당신 친구도 아니고요. 진실을 직시하세요. 당신은 결코 행복해지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그래도 사람은 살 수 있으니까요.”
-작품 속에서
▶ 미래 독일 문단을 이끌어 갈 작가, 다니엘 켈만
— 역사와 정치에서 한 발짝 떨어져 바로 오늘, 우리에 대해 말하다
다니엘 켈만은 잉고 슐체, 유디트 헤르만 등의 다른 젊은 소설가들과 함께 개성 있는 문제작들을 발표하며 미래 독일 문단을 이끌어 갈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켈만은 전후 독일 문학에 족쇄처럼 채워졌던 역사에 대한 부채 의식에서 해방된 세대이며, ‘문학적 재미’에 대한 금욕주의를 견지해 온 선배 독일 작가들과는 달리 문학적 ‘즐거움’을 마음껏 펼친다. 일찍이 켈만은 “나는 새로운 문학을 할 권리가 있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전작 『세계를 재다』에서 켈만은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독일의 정신사, 문화사에 대한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19세기 독일이 낳은 두 천재와 관련된 일화를 유쾌하고 흥미진진하게 다루었다. 이 작품을 통해 켈만이 “역사적이고 철학적이지만 가벼운” 글쓰기를 통해 독일 역사의 “비극적 소재를 코믹하게 변용”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 『에프』는 역사와 정치 밖으로 더욱 시선을 돌려 바로 오늘, 우리들에 대해 말한다. 『세계를 재다』에서 오이겐은 “한순간 타자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무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하고, 『명예』에는 최첨단 통신 기술 덕분에 무수한 평행 세계에 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 가는 현대인들이 등장한다. 오디세우스의 ‘아무도 아니다’라는 이 명제는 『에프』에서도 그 맥락을 잃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만들어 낸 등장인물을 통하여 ‘이름이 아무도 아닌’ 남자가 나오고, 세 형제 중 한 명의 마지막 대사는 ‘나는 아무도 아니다’이다.
하나의 정체성을 강요당한 세대에서 이제는 정체성을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 세대에 이르기까지, 다니엘 켈만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퍼져 가는 혼란과 위기를 누구보다도 가깝게, 가볍게, 한편으로는 따뜻하게 그려 내는 작가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켈만은 『에프』를 통해 독자들의 지식과 무지, 그리고 기대를 마음껏 뒤흔든다. –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 풍요롭고 빨아들이는 듯한 조화로운 서술.—《보스턴 글로브》
▷ 정말로 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소설, 켈만이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해답은 역시 ‘사랑’임을 말해 준다. —이안 맥이완
▷ 아주 철학적이면서도 지적인 작품. —제프리 유제니디스
▷ 다니엘 켈만은 위대한 주제를 만들어 내는 가장 훌륭한 소설가들 중 한 명이다. —애덤 서웰
위대한 린데만 7
성직자의 인생 51
가족 131
사업 149
아름다움에 대하여 229
계절들 295
옮긴이의 말 349
클라이스트 문학상(2006), 벨트 문학상(2007), 토마스 만 상(2008) 수상 작가
통일 독일의 촉망받는 신예, 다니엘 켈만
거짓이 진실이 되어 버린 세상, 정체성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2005년, 독일 문단에 바람과 같이 나타난 다니엘 켈만은 그해 발표한 장편소설 『세계를 재다』로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한 작가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후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이기도 한 다니엘 켈만의 새로운 장편소설『에프』가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는 세 형제 마틴과 에릭, 이반이라는 세 인물을 통해 다니엘 켈만은 거짓이 진실이 되어 버린 세상,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헛된 이상을 좇는 인간 삶을 솔직하지만 담백하게 그려 냄으로써 오늘날 독자들에게 진정한 존재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