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천사

김춘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1년 4월 25일 | ISBN 978-89-374-0694-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210 · 124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팔순의 나이에 길어올린 불립 문자의 세계, 아내에게 바치는 서정(抒情)으로 가득 채우다
초기에 릴케의 영향을 받아 삶의 비극적 상황과 존재론적 고독을 탐구하고 <타령조 기타>, <처용>, <처용단장> 등의 다수의 시집을 펴낸 시인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그간에 보여주었던 <존재 양식 탐구> 작업을 결산하면서 그가 지향하는 원초적 동일성이 회복된 불립 문자의 세계를 깊은 서정적 울림으로 가득 채운다. 언어는 점점 더 단조로워지고 시적 대상은 점점 더 작아져, 마침내 언어와 대상과 서정적 자아가 구분되지 않고 서로 농밀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울음이 되고 울림이 되고 흔적이 된다. 그것은 말이 아니고 <말의 날갯짓>으로서 존재가 아닌 존재의 비폭력적인 자기 증명이다. 읽는 이는 빈 여백만 따라가도 사물이 조화로움을 회복한 복된 세계로 인도될 수 있다.

편집자 리뷰

흔적, 그 모서리에서 퍼 올린 불립 문자의 세계

김춘수 시인은 1945년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초기에 릴케의 영향을 받아 1950년대 말까지 존재론적 고독과 그 본질에 대한 탐구에 몰두하였으며, 이후 몇 년간의 암중모색을 거쳐 1960년대부터 <무의미시>를 주창한다. <한계에 부딪힌 존재론적 시에 대한 지양태가 바로 관념과 대상으로부터의 자유라는 무의미시>였고 실험적인 시작 양태는 1970년대 말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극화된 양상을 띤다. 1991년에 발표한 연작 장시『처용단장』은 이러한 무의미시 실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변화의 폭이 극심한 시작 과정을 보여주는 시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원초적인 동일성의 공간>이다. 그곳은 시인이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면서 감각에 눈을 뜨게 해준 통영이라는 불립 문자(不立文字)의 세계이다. 이 세계는 <평화로운 저 깊은 바닷속의 공간이며, 시인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말을 배우기 이전에 공유하던 아늑하고 평화로운 공간이며, 또한 인간과 사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그간에 보여주었던 <존재 양식 탐구> 작업을 결산하고 그가 지향하는 원초적 동일성이 회복된 불립 문자의 세계를 깊은 서정적 울림으로 가득 채운다. 언어는 점점 더 단조로워지고 시적 대상은 점점 더 작아져, 마침내 언어와 대상과 서정적 자아가 구분되지 않고 서로 농밀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울음이 되고 울림이 되고 흔적이 된다. 그것은 말이 아니고 <말의 날갯짓>으로서 존재가 아닌 존재의 비폭력적인 자기 증명이다. 읽는 이는 빈 여백만 따라가도 사물이 조화로움을 회복한 복된 세계로 인도될 수 있다. 여든의 나이로 접어드는 시인이 최근 2년간 쓴 시, 89편을 묶은 이 시집은 첫머리의 헌사에서 보듯 아내에게 바치는 시편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짧은 시행을 바꿔 읽는 사이마다 앞자리가 빈 식탁에 혼자 앉아 있는 허전함으로, <……어딘가 먼데로 하염없이/ 눈을 주>는 먹먹한 그리움으로, 마침내는 <부용꽃 피는/어느 둑길에서 마주치는> 슬픔으로 각각 변주되고 있다. 이태 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시인은 여전히 아내의 존재를 느낀다. 그런 <느낌은 진실이다>, 아내는 피안의 세계에서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이때 피안은 시인에게 거울의 이미지로 대치되고 이승의 풍경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속은 이곳과 같이 비바람이 불고 나무가 뽑히고 지붕이 날아간다. 그러나 거울 속은 <뿌리가 뽑히지 않고> 고요하기만 하다. 그 고요함 속에서 시인을 응시하는 눈이 있다. 그것을 가리켜 시인은 <천사의 눈>이라고 인식한다. 아내는 거울 속에서 천사의 눈으로 시인을 응시하면서 시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여한다. 그것은 시인에게 여전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이다.

목차

1. 大峙洞의 여름슬픔이 하나 | 歸家길 | 대치동의 여름 | 3월 3일에 | 열매의 위쪽에너무 밝은 | 거울 | 바람 | 명일도 천사의 시 | 두 개의 정물 | 돌벤취 | 둑2. 에필로그便秘 | 우물 | 또 우물 | 금잔화 | 밤이슬 | 蘭 | 죄를 짓고또 日暮 | 달맞이꽃 | 書架 | 虛有 선생의 토르소 | 머나먼 길어떤 자화상 | 歸鄕 | 꿈과 벼룩을 위한 듀엣 | 에필로그 | 단풍잎자꾸 작아지는 마을 | 하늘은 지워지고 | 하늘소부치 (외 다수)3. 흔적살짝 한 번 | 국밥집에서 | 우나무노 | 발가벗은 모래들 | 개개비붕어 | 남녘 섬마을 | 유치원 원장이신 호주 선교사 | 호텔 H | 그 골목또 가을 | 헤르만 헤세 문학관 (외 다수)4. 上下左右上下左右 | 뭉크의 두 폭의 그림 | 봄밤의 짧은 레퍼터리 | 시인 말의 날갯짓 | 품을 줄이게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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