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염소들의 거리

엄창석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4년 5월 2일 | ISBN 978-89-374-8912-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328쪽 | 가격 14,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다 싫고 친구만 좋았던 시절!

뜨거운 도시 대구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성장 드라마

열대의 도시 대구가 새로운 문학적 공간으로 부활했다. 대구 신천변을 중심으로 열여섯 살 소년들의 성장통을 다룬 소설 『빨간 염소들의 거리』를 통해서다. 1990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중편소설 「화살과 구도」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사실적 문체로 존재와 신, 운명과 우연, 의식과 무의식 같은 존재론적 문제와 인간에 대해 탐구해 온 작가 엄창석이 이번에는 10대의 이야기를 썼다. 학교라는 고삐에 묶인 채 각자의 방식으로 일탈을 꿈꾸는 소년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어른 엄창석’이 소년소녀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의 손길이자 ‘작가 엄창석’이 세상에 내보내는, 소년에서 성년으로 가던 상처투성이 길에 대한 오래된 성찰의 결과물이다.

편집자 리뷰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좀체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염소처럼 제멋대로인 사춘기를 보내는 소년들의 방황기다. 하지만 이 같은 소년들의 행동은 사실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두 시간 동안 삼각뿔만 들여다봄으로써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삼각뿔 그리기에 자신만의 속도와 개성을 주입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성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날로 싸움 실력만 느는 다른 녀석은 상대방이 지닌 힘의 3분의 1만 가지고 있으면 그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말에서 받은 감동을 행동으로 옮긴다. 가장 악한으로 그려지는 인물조차 자신만의 용기를 지니고 있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독립성은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들은 미술반 선생님 등 이미 정해진 선생님 대신 각자 자기에게 배움을 주는 것에서 ‘선생님’을 발견한다. 폭력을 당할 때는 그것이 주는 고독에 대해 배우고 마음으로 존경한 곤 씨가 죽었을 때는 그와 함께한 시간에서 인생을 배운다.

10대를 그 자체의 독립적인 시기로 보려는 것 또한 이 소설의 특징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10대 중반을 지나는 아이들의 사춘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시절을 단순히 인생의 가교나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 한 번 세계의 심연에 닿는 인생의 진면목이 서려 있는” 시기로 그린다. 자아와 세계를 발견하고, 그럼으로써 세계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조명을 비추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애처로운 시기가 10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세계의 문’이 닫혀 버리고 모두가 평범한 일상인(성인)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작가 엄창석은 그의 말 그대로 세계의 문이 닫히기 전, 가장 많은 생의 신비가 숨겨져 있는 시기를 확대해서 보여 준다.

발문은 시인 이하석이 맡았다. 이하석 시인은 『빨간 염소들의 거리』를 두고 “10대의 유적을 새롭게 발굴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하며 작품의 공간적 배경에 각별히 주목한다. 작가 엄창석의 10대를 감싸고 있던 실제 공간이자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는 대구 신천변의 복잡한 골목이 있는 마을들. 작가가 자라면서 직접 경험한 이 풍경들은 아주 밀도 있게 그려지며 작품 내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좁은 골목 모퉁이마다 어둡거나 찬란한 빛이 번쩍이고 있었던” 그 길들, “인생의 먼 비밀과 영원한 향수가 어려 있으며 영혼의 사금파리가 박혀서 지금까지도 빛을 뿜고 있는”, “온갖 상처로 얼룩진 구불구불한 그 골목”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혼자서 세계와 대면하는 첫 순간과 그 순간을 둘러싼 성장의 본질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문학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흥미 위주의 성장소설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의 길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안겨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줄거리

인생은 10대의 어느 시기에,
순식간에 몸의 세포가 증식할 때,
단 한 번 세계의 심연과 만난다.

열다섯 살에 열차 사고를 겪은 후 사춘기를 경험하는 ‘나’는 재능을 뽐내기 위해 교내 미술부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미술에 대한 괴벽을 보이며 천재성을 발휘하는 진기섭을 만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매일 등하교를 함께하며 영어 단어를 외웠던 단짝 ‘우흠’은 묵묵하고 다정하던 모습과 달리 어느새 학교 짱으로 거듭나며 ‘나’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고, 이들의 지켜보던 평범한 모범생인 ‘나’ 역시 조심스럽게 일탈을 시도하는데…….

중고등학생 시절, 함께 학교 다니며 사춘기를 보냈던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에서부터 학교 밖에서 만난 마음속 은사인 곤 씨의 죽음과 그 죽음이 일깨운 인생의 의미까지, 일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들이 10대의 풍경 안에서 사랑과 용기, 이별과 그리움의 형태로 찾아온다.

■본문 중에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날 쪽지를 버리면서 비로소 나의 소년 시절은 끝이 났다. 누구에게든 그런 게 있을 거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어머니의 가출이 소년기를 종식시키기도 한다. 혹은 우연히 타게 된 오토바이의 뒷자리가, 길을 가다 무심코 주워든 포르노 한 장이 순수의 성막을 찢어 놓는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때로는 자못 거창하게 인생의 선을 건드리는 법이다.” -47쪽

“모두가 울타리 없이 살아가야 한다. 모두가 혼자서 살아가야 한다. 스산한 복도를 내딛으면서, 누구에게나 한 번은 닥치듯이, 소년의 시간을 벗어나는 그 순간이 비로소 나에게 찾아왔구나, 하고 감지했다. 변성기에 생기는 목청의 다른 감각처럼, 깃털의 빛깔이 변하는 새처럼, 모두가 겪게 되는 그 순간을 내가 이토록 생생하게 체험한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126쪽

“질문을 하다 보면 말이다, 어느쯤에 답을 하나 고르게 돼. 맞든 안 맞든, 명료하든 흐리든. 대부분이 그래.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하나의 넝쿨을 붙잡고 살아가게 되지. 그게 인생이야……. 그런데 말이다. 아주 드물게는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해 대는 사람이 있어. 지치긴 하지만 계속 무언가를 묻지. 질문이 끝나면 그때부터는 늙은 거란다. 10대부터 늙은 애가 있고, 스물이나 서른이 되어서 늙는 사람도 있어. 어떤 사람은 아흔 살이 되어도 여전히 젊어. 질문을 그치지 않기 때문이지.”-140쪽

“순서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10대의 어느 시기에, 순식간에 몸의 세포가 증식할 때, 단 한 번 세계의 심연과 만난다. 일생을 거쳐 찾아오지 않을 아주 특별한 경이를 체험하는 것이다. 피었다 지는 들풀을 보라. 어느 해는 겨우 벙글다 시들고, 또 어느 해는 더할 나위 없이 눈부신 꽃봉오리를 터뜨려 나비와 벌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니 순서를 눈여겨볼 필요는 없다. 다만 꽃봉오리처럼 영롱한 시기를 통과하고 나면 누구나 평범해진다.” -250쪽

■ 발문에서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소설은 성장소설 형태를 취하면서도 주제는 여전히 존재의 성찰이라는 삶의 근원에 직면해 있다. 이 소설은 10대의 유적을 새롭게 발굴하는 이야기다. 그의 10대를 감쌌던 환경은 대구 중심부 인근, 신천변의 복잡한 골목이 있는 마을들이 중첩된 곳이다. 작가가 자라면서 경험한 지역을 이 소설의 배경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성장소설의 장르적인 특성을 어느 정도 보여 주면서도 엄창석 나름의 새로운 출구를 열어 놓으려는 의욕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단순한 성장소설이라기보다는 젊은 눈으로 본 세계에 대한 보고서이자 새롭게 대면하는 세계에 대한 놀라움이 그려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석(시인)

■ 작가의 말

자연은 세계의 속살을 우리 몸에 투여하고도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게끔 비밀로 봉합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한 채 거실 문기둥에 눈금을 만들어서 키가 몇 센티미터나 자랐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소년에서 성년으로 나아가는 그 길이 왜 이토록 이지러져 있었던가를. 좁은 골목의 모퉁이마다 어둡거나 찬란한 빛이 번쩍이고 있었던가를. 온갖 상처로 얼룩진 구불구불한 그 골목에는, 사실 우리 인생의 먼 비밀과 영원한 향수가 어려 있으며 영혼의 사금파리가 박혀서 지금까지도 빛을 뿜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엄창석(소설가)

목차

열차를 조심해
삼각뿔을 들여다보라
오, 달콤한 세계
거리의 예술가들
어지러운 학교
폭력은 아이들에게 인간의 고독을 알게 한다
진리는 하나가 아니다
숨어서 들은 이야기
재는 티스푼 하나 분량이었다
데칼코마늬 같은 대칭의 무늬
철도 건널목 부근에서
진기섭,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그날, 씨름장에서
혹한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아, 세네카
그가 떠나다
마지막 유적, 그리고 에필로그

발문 / 이하석
젊은 눈으로 본 세계에 대한 보고서

작가 소개

엄창석

1961년 경북 영덕 출생. 영남대 독문과 졸업.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화살과 구도>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으로 <슬픈 열대>, 장편소설로 <태를 기른 형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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