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색 발톱

엄창석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5월 15일 | ISBN 89-374-0347-1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32쪽 | 가격 6,500원

책소개

이 소설집의 부제는 ‘후기 자본주의 서설’이다. 선생에게 성폭행 당한 뒤 찢어진 교복 치마와 팬티를 학교 정문에 걸어버린 홍 양과 남성용 도색잡지를 편집하는 정 양을 통해 들여다본 자본주의하의 성 권력(「색칠하는 여자」), 현대 자본주의 자체를 거대한 짐승으로 알레고리화 하면서, 그 비밀을 알게 된 김필릉 씨의 죽음을 통한 갖가지 허위의식 드러내기(「황금색 발톱」), 또 지하철 역 비밀공간에 숨은 채, 모든 사건을 색채 이미지화해 국민에게 전달해 주는 기계의 존재(「소설 기계」) 등은 작가가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자본주의 세밀화의 씨줄과 날줄로 기능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엄창석 장편소설 『어린 연금술사』, 단편집 『황금색 발톱』 동시 출간
지난 1992년 소설집 『슬픈 열대』와 장편 『태를 기른 형제들』을 문단에 상재하여,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엄창석 씨가 8년여 만에 신작 장편과 단편소설집을 동시에 출간하였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문단의 주류적 경향과는 다소 거리가 먼 그의 작품들은 간간이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들을 제외하곤 책의 형태로서 서점의 조명을 받은 적이 없었다. 1990년대 초반에 일었던 후일담 문학이기도 하고, 강한 사회 비판이기도 하였던 그의 초기작들을 기억하는 독자들은 이제 드물 것이다. 90년대 초반과 중반 이후, 그리고 후반기에 우리의 문학이 그만큼 풍요롭고 다채로워졌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변화의 한복판에 서서, 깨어 있는 문제 의식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음을 이번 두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번에 각각 출간된 장편과 단편집의 색채는 사뭇 다르다. 전자를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후기자본주의의 온갖 병폐와 징후를 파헤친 연작소설이다.

자본주의 문명의 욕망이 생산하는 갖가지 병폐와 징후 고발
후기 자본주의 서설(序說)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그의 소설집은 복잡한 세상살이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도통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되비치게 하는 거울이다. \”일련의 연속적 작품을 통해 때로 다국적 기업의 끝없는 이윤 추구 행위로부터 문명의 종말을 예감하기도 하며, 욕망이 생산하는 갖가지 허위 의식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한 가상 현실의 표피 속에 숨어 있는 감시와 검열의 시선에 대한 고발도 서슴지 않는다.\”
(김외곤 / 문학비평가).
단편 「황금색 발톱」은 표제작으로 내세워져 있는 바와 같이, 작가가 제일 공들여 쓴 작품이다.
\”21세기의 불어난 강줄기는 자기 앞을 막아서는 어떤 장애물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미 완벽한 거대 물결(구조)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거대 구조 자체를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황금색 발톱」이다. 나는 한때 팔공산 중턱에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내 눈에 황금색 발톱을 지닌 짐승이 환상처럼 보였다. 나는 당장 내가 본 짐승을 글 속에 담았다.\”(작가의 말)
이 작품은 6촌 형제인 \’김필릉 씨\’가 지구의 자전(自專)을 보았다고 \’나\’에게 알려오는 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다국적 기업 신발 제조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어느날 자신의 아파트에서, 그리고 파업 현장의 군중들 머리 위에서, \”지구의 어느 한 공간에서 회전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틈서리를 발견했다.\”라고 말한다. 우주의 어떤 신비스러운 틈새에 서 있었다는 느낌을 다른 이들에게도 말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친구들에게서 비웃음을 사게 되지만, 며칠 후 또다시 부인할 수 없이 맹백하게 목격한다. 그것은 지진도 아니고 자전 현상도 아닌, \”거대한 짐승\”이었다. 그 형용이 이제까지 보아온 어느 동물과도 다르기에, 그는 그 \”짐승\”의 실체를 알기 위해 책을 뒤진다. 마침내, 어느 한 헌책방에서 1954년에 간행된 『세계 괴기담 모음집』(아부 시야르, 13세기경)을 발견해 낸 그는, 거기에서 신비로운 글귀 하나를 발견한다. 이 책의 저자인 아부 시야르가 김필릉이 보았다던 그 거대한 \”짐승\”을 보았다고 한다. \”오, 다시 보면 거대한 짐승이고 다시 보면 엄청난 군단의 진군이다. 그 진군의 형태가 전날의 짐승과 어찌 저리 닮았던고. 짐승이 군단이고 군단이 짐승이로다.\” 김필릉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기록이 1258년 몽골 대군이 이슬람 지역을 파괴할 때의 이야기임을 추측한다. 아부 시야르는 고대의 아틀란티스와 소돔이 물에 잠긴 일이나 로마의 거침없었던 확장도 저 \”짐승\”의 그림자가 함께 있었다는 것을, 환상인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인지 글의 말미에 덧붙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김필릉은 인천 아래 작은 포구의 선착장에서 승용차에 탄 채 물에 빠져 죽는다. 특별한 사인은 없지만, 귀 밖으로 붉은 핏물이 흘러나와 있었다. \’나\’는 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베욤 레라츠 압트파기 모츠 타무츠.(내 얼굴을 보는 날에는 정녕 죽을 것이다.)\”라는 글을 발견한다.작가는, 그리고 작중화자인 \’나\’는 이 작품에서 김필릉이 보았다던 \”짐승\”의 실체를 밝히지 않는다. 또한, 아부 시야르 역시 그 <짐승>이 제국의 군대인지 실제 짐승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귀 밖으로 붉은 핏물이 흘러나오는 사람이 나타나면 세상이 급변하는 증거이다.\”라고 소설을 끝맺는다. 이 대목을 두고 문학평론가 김외곤 씨는 \”다국적 기업의 끝없는 이윤 추구 행위로부터 문명의 종말을 예감한다.\”고 말한다.
이 「황금색 발톱」과 유사한 이야기는 「육체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거대 구조 속에 끼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심리적인 묘사가 아닌, 생물학적 탐색으로 그려 낸다. 역시 「황금색 발톱」과 유사한 서술 구조와 문체, 묘사를 구사한다. 어느 날 디자인 서울 컬렉션을 준비하던 디자이너 김승빈은 자신의 아파트 욕실에서 샤워를 하다가 자신의 배꼽이 쑥 빠져나와 있는 걸 보았다. 그로부터 김승빈은 배꼽이 튀어나온 사람들에 대해 탐문한다. 바쁜 일정 때문에 이 일은 잠시 잊혀지게 되었지만,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한 늙은 디자이너에게서 의상 자료를 받아 살펴보면서 다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김승빈은 이 의상 자료 중에서 우연히 고대 로마의 노예의 의상에 눈이 간다. 그로부터 그는 자신이 여러 해 전에 번역해 놓았던 파일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고대 로마의 노예에 관한 이야기이다. \”격심한 노동에 시달리는 노예들의 배에서 배꼽이 자란다.\”라는 글귀를 발견하고선 흥분한다. 한편, 김승빈은 자라나는 배꼽을 견딜 수 없어서 \’배꼽 절제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서울 컬렉션이 끝나고 나서 그는 영영 사라진다. \’배꼽이 자라나는 노예들\’이라는 그가 번역한 글만 남기고서.
「색칠하는 여자」는 성과 권력에 대한 발언을 담고 있으며, 「합창」은 새로운 지배의 방식을 알레고리 형태로 들여다본 단편이다. 「소설 기계」는 현대 정치의 이미지성을 드러내었고, 모조 혹은 \’농담\’의 사회 현상을 비판한 「남쪽 원숭이」는 비교적 쉬운 작법과 평이한 문체로 썼다. 제2부 \’푸른방, 소녀\’는 「푸른 방에는 기린이 산다」와 「소녀, 항구에 닿다」라는 단편 2편이 있다. 엄창석 특유의 문체와 서정을 느낄 수 있다.

목차

1. 후기 자본주의 서설색칠하는 여자황금색 발톱소설 기계육체의 기원합창남쪽 원숭이2. 푸른 방, 소녀푸른 방에는 기린이 산다소녀, 항구에 닿다작가의 말

작가 소개

엄창석

1961년 경북 영덕 출생. 영남대 독문과 졸업.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화살과 구도>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으로 <슬픈 열대>, 장편소설로 <태를 기른 형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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