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의 아들

아서 밀러 | 옮김 최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2년 5월 25일 | ISBN 978-89-374-6287-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172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현대적 비극의 완성자 아서 밀러의 대표적 사회 비판극전쟁의 비인간성과 자본의 비정함 가운데 상처 받는 인간 군상현대 사회 안에서 개인이 겪는 ‘죄의식의 마비’를 정면에서 조명한 걸작

▶ 아서 밀러는 아메리칸드림을 운명에 대한 잘못된 야망, 피할 길 없는 침체, 현실이 미망을 일깨우는 순간의 붕괴로 우리를 인도한 일종의 저주로 보았다. — 《타임》
▶ 사람이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져야 할 책임에 대해 강력한 신념을 가진 작가.— 《뉴욕 타임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군수 업자와 그 일가의 몰락을 통해 전쟁과 자본 논리에 의해 붕괴되는 인간 양심의 문제를 통렬하게 고발한 『모두가 나의 아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87)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의 격찬을 받으며 아서 밀러의 이름을 당대 최고의 극작가 반열에 올렸다. 자수성가한 사업가 조 켈러는 동업자와 함께 사업을 이끌면서 전쟁 발발 이후 전투기 부품 군납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던 중 납품 전 부품에서 ‘아마도 안전할 것으로 보이는’ 결함이 발견되지만, 부품은 그대로 출하되고 그 결함 때문에 스물한 명의 조종사가 전투기 사고로 전사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한편 전쟁터에 파병된 조의 둘째 아들 래리는 아버지의 죄 때문에 죽어 간 동료들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리던 끝에 약혼녀 앤에게 편지를 남기고 출격 중 스스로 비행 사고를 일으켜 버린다.
자신의 잘못으로 죽어 간 생명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아버지, 둘째 아들의 죽음을 부정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죄를 부정하는 큰아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앤과 그녀의 오빠 조재, 남매의 아버지이자 조 대신 수감된 동업자의 폭로로 인해 어느 날 불현듯 잊으려 했던 과거가 유령처럼 되살아나 일가를 위협하고, 삼 년 동안 애써 모든 것을 부정하며 잊으려고 노력했던 켈러 가족은 결국 충격적인 진실에 눈을 뜨고 파국에 직면하게 된다.
1947년 발표된 이래, 전 세계 극장에서 상연되며 사랑받아 온 이 현대의 비극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메커니즘과 그 안에 예속되어 각자의 양심을 잃어 가는 개인에게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 세계에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아는 것”에 대해 준열한 음성을 들려주고 있다.
‘아주 사소한 죄악’은 어떻게 삶을 파괴하는가?『모두가 나의 아들』은 ‘양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과거에 저지른 작은 죄악,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서 무시했던 행위가 현재에 이르러 끊임없이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는 인과 관계를 파헤치며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정면에서 조명한다.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가 있다. 젊은 시절부터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던 아버지는 자기 사업체를 경영하는 데 성공했고, 전쟁 특수를 맞아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투기 실린더 헤드에 작은 균열이 발견되고, 군 당국의 재촉에 못 이겨 아버지는 난생 처음 회사에 병가를 내고는 집에서 동업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이 책임을 질 테니 균열을 때워 하자 상품을 납품하라는 지시가 바로 전화의 내용이다. 결함이 있는 부품이 들어간 전투기는 스물한 명의 젊은 조종사들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경영자 두 사람은 재판에 회부되지만 당연히 전화 한 통으로 내린 지시는 법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동업자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로도 가전제품 부품을 생산하며 ‘여전한 호황’을 누린다. 그림에 그린 듯한 미국 교외의 부유한 중상류 가정을 무사히 지켜 낸 아버지는 실제로 거의 모든 것을 잊은 듯 살아간다. 단, 과거로부터의 부름이 갑자기 찾아오기 전까지.
지난밤 불어온 폭풍 때문에 전쟁 중 실종된 둘째 아들 래리를 기념하기 위해 심은 사과나무 가지가 불길한 미래를 예고하듯 부러지고, 어머니 케이트는 래리의 꿈을 꾼다. 첫째인 크리스는 부모님의 동의 없이 래리의 약혼녀 앤과 결혼하기 위해 그녀를 초청한다. 그리고 아버지 켈러 대신 감옥에 간 동업자 스티브의 딸인 앤과 그녀의 오빠 조지가 일가를 방문한다. 이 모든 과정 가운데 과거의 ‘사소한 죄악’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며, 자신감을 애써 가장했던 켈러는 점차 자신의 범죄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를 통렬하게 절감하게 된다.

어머니 : 당신은 너무 어리석어요. 래리 역시 당신 아들이었어요, 안 그런가요?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말할 애가 절대 아니란 건 당신도 알아요. 켈러 : (손에 든 편지를 보며) 이 편지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면 이 편지는 대체 뭐란 말이오? 물론이지, 그 애는 내 아들이었어. 하지만 래리는 그들 모두가 내 아들이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생각에도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군. 그들이 내 아들이었던 것 같아. 곧 내려오겠소.— 141쪽에서

전투기 조종사 스물한 명의 생명을 담보로 지켜 낸 가정의 행복, 그것을 자랑스러워했던 켈러. 그러나 죽은 아들 래리와 죽은 전투기 조종사가 결국 같은 ‘누군가의 아들’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켈러의 내면에 마비되어 있었던 양심은 과거에 묻었던 죄의식에 뒤늦게 각성한다. 삼 년 동안 실종되었던 둘째 아들 래리의 죽음이 삼 년 후 아버지 켈러에게 밝혀진 순간, 거짓 위에 세운 행복이 한나절 만에 무너져 내린 것처럼, 이 극에서 과거는 묻히거나 잊힌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작은 죄악,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양심을 외면하는 순간, 아서 밀러는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죄악의 순간에 우리가 반드시 ‘잊고자 하는 과거’가 어느 순간이라도 찾아와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극 중에서 조 켈러는 무엇보다 자신의 생존을 우선하는 인물이다. 전형적인 자수성가 타입인 그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노력해 사업과 부를 이루었으며 자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밀러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와 연관되어 있음을 부인하는 보통 사람들의 내면을 밝힌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눈을 감아 버린 아버지 조 켈러, 아들 래리의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남편의 죄를 인정하게 된다는 극한 선택의 기로에서 아들의 생존을 삼 년이나 믿는 쪽을 택한 어머니 케이트, 아버지의 죄를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앤을 향한 열정 때문에 모르는 척하고 있는 큰아들 크리스, 크리스와의 결혼을 위해 래리의 비밀을 혼자만 담고 있다가 결혼의 좌절이 다가오자 그것을 터뜨려 버린 래리의 약혼녀 앤까지. 이들은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해 가능한 이기심의 소유자들이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아닌 사람들을 잊는 순간은 우리에게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어머니 : 여보, 여보, 제발……. 당신은 괜찮을 거예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켈러 : (절망적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당신을 위해서, 여보, 당신과 크리스를 위해서였어. 그게 내 삶의 목적 전부였어…….어머니 : 알아요, 여보, 알고 있어요……. — 130쪽에서

가족을 위해 사업을 놓지 못한 아버지와 남편을 지키기 위해 자기기만을 포기할 수 없던 어머니. 그러나 밀러는 그러한 우리 안의 이기심이 결국 개인의 고통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극적 결말로서 보여 준다.
제목이 시사하듯 『모두가 나의 아들』은 개인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룬 작품이다. 1930년대의 시대정신이기도 했던 인간 사이의 유대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극은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데 근간이 되는 신념, 즉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연대 의식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가. 그리고 그 책임을 방기했을 때 어떤 절망이 찾아올 수 있는가. 책을 덮은 우리는 켈러 일가에 망령처럼 찾아온 과거가 남긴 상처를 한 발의 총성처럼 기억하며, 지금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을 일깨우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아서 밀러

191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빵집 배달원, 자동차 부품 회사 점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미시건 대학에 재학하면서 극작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뉴욕 연방 연극 프로젝트에 참여해 라디오극과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194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모든 행운을 가졌던 남자』가 평단의 호평에도 공연 나흘 만에 막을 내렸으나, 1947년 발표한 『모두가 나의 아들』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949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입센의 작품을 각색한 『인민의 적』, 세일럼 마녀 재판을 소재로 한 『시련』은 당시 미국의 공산주의자 고발 운동인 매카시즘 열풍에 대한 첨예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며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 때문에 반미 지식인으로 몰려 법정에 서기도 했다. 1956년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와 결혼, 1961년에 이혼한 후 이듬해 오스트리아 출신 사진작가 잉게 모라스와 재혼했다. 1964년 『타락 이후』와 『비시에서 생긴 일』을 발표하고 1983년 베이징 인민 극장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을 연출했으며, 자서전 『시간의 굴곡』을 출간하는 등 말년까지 집필과 연극 관련 활동을 쉬지 않았다. 2005년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최영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교육 대학원을 수료한 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셰익스피어의 정치관」, 「셰익스피어에 있어서의 현상과 실제」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독자 리뷰(6)

독자 평점

4

북클럽회원 1명의 평가

한줄평

죄책감이란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밑줄 친 문장

여보, 여보..가족을 위해 그 일을 했다는 게 이유가 될 수는 없어요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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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 2024.5.10
만나 보고 싶군요. 이 동네에도 미인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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