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응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8월 18일 | ISBN 978-89-374-2616-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0 · 352쪽 | 가격 18,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이제껏 내 글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신에게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였다.”
-본문에서

 

 

이응준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문학잡지 《릿터》 ‘이응준의 서든 플롯’이라는 코너에서 연재한 글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민음사 블로그 ‘수필인간’이라는 코너에서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묶은 책이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소재에 대해 쓴 글들의 모음이지만 결국에는 모두 우리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때때로 ‘서든 플롯’으로 들이닥치는 비극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담담하고 소박한 ‘수필인간’의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 21세기의 인생과 당대의 인간에 관한 견고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은 누구라도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경전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 대부분은 블로그 연재 당시 독자들로부터 전에 없이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요즘은 쉽게 환영받지 못하는 ‘길고 진지한’ 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반응이라 할 만하다. “정말 좋은 글 너무 감사하다”는 뜨거운 고백 사이사이, “아름다워서 가슴이 아픈 글”, “가볍지 않은 생의 응시”, “깊은 사색의 울림”과 같은 묵직한 평가들이 눈에 띈다. 작가 사정으로 연재가 뜸했던 무렵에는 작가의 신변을 걱정했다며 오랜만에 올라온 글을 반가워하는 댓글도 보였다.

“가르칠 의도가 없었는데 독자가 알아서 깨닫게 되는 글”이라거나 “단단하고 무거우면서도 부드럽게 마음에 와닿는다.”라는 평가는 이응준의 산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연재된 글도 드물지만, 이토록 진지하게 작가를 응원하고 작가에게 고마워하는 반응 역시 드물다.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위대한 글”이라는 평가는, 그의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그의 글이 올라오면 반가워한 독자들이 직접 남긴 말이기에 더 진실하다.

고독과 상처에 대한 진솔한 고백, 고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지적인 성찰, 너무 슬퍼지기 전에 튀어나와 분위기를 바꿔 주는 유머, 이 모든 과정을 가슴으로 읽게 하는 아름다운 문장, 거기 더해 글과 글 사이를 흐르는 하나의 선율이 수록된 모든 글을 완성된 노래로 만든다. 작가가 “천사의 사랑”이라고 부르는 강아지 토토와 함께한 삶이 그것이다. 토토는 보슬보슬한 갈색 털과 흰색 털로 뒤덮인, 갈색 눈동자를 가진 사랑스러운 시추다. 어쩌면 이 책은, 토토와의 이별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편집자 리뷰

■무지개 다리를 믿는 사람들
개는 죽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 곁을 떠난 개들은 무지개 다리가 있는 곳에서 다시 생기 넘치고 발랄한 삶을 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면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던 개가 가장 먼저 달려 나와 반겨줄 것이라는 이야기. 누가 언제 ‘무지개 다리’라는 이야기를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분분하지만, 무지개 다리가 개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개를 떠나보낸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개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작가 경력 35년이면 인간사에 더 놀랄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 같은 작가라 하더라도 펫로스 증후군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이 책의 1부는 16년 동안 함께하며 작가의 30대와 40대를 온전히 지켜주었던 강아지 ‘토토’를 떠나보내고 또 한 마리의 ‘토토’와 함께 살게 되기까지 겪은 시간의 기록이다. 열한 개의 구슬로 변한 시니어 토토와 이제는 입양될 당시의 아픈 몸에서 벗어난 주니어 토토. 두 토토 이야기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사랑은 시시때때로 사납고 서럽고 쓸쓸해지는 우리 마음에도 큰 위로가 된다.

■ 우리는 다 수필인간
‘수필인간’이라는 독창적인 표현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가리켜 보인다. 작가는 인생을 가리켜 사실 그것은 시나 소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은 시처럼 비장하거나 아름답지도 않고 소설처럼 풍성하고 구조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인생은 차라리 순간순간 한 편의 수필에 더 가깝다. 자기만의 ‘수공업’을 무기 삼아 주어진 삶을 꾸준히 견디어 내는 수필의 자세로 생의 “작은 신비”를 일구어 가야 한다는 것. 그렇게 도달한 삶이란 결코 번뇌가 없는 삶이 아니다. 번뇌의 질이 높아진 삶이다.

■ 비극을 공부하는 힘
그럼에도 슬픔은 오고 만다. 그러나 흔한 착각과 달리, 우리는 슬퍼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모를 때 불행하다. 세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불친절한 무대다. 극악무도한 테러로 삶과 죽음이 자리를 바꾸고,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슬픔에 파묻히는 걸 막을 수도 없다. 비극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비극을 공부함으로써 비극에 대해 계몽될 수 있다. 문학, 철학, 정치, 역사, 종교를 망라하며 세상을 해석하고 자신을 관통하는 글들은 희망과 절망이라는 문학적인 주제에 관한 가장 과학적인 글이다.

■ 고독한 밤과 호루라기
4부에 수록된 글은 작가 노트 형식의 글이다. 자신의 문학론인 동시에 현대문학을 탄생시킨 현대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때의 현대성은 문학과 시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겨울 혹한의 깊은 밤길을 혼자 걷다가 불현듯 가슴이 미칠 것처럼 답답해 작은 호루라기라도 있으면 죽을힘을 다해 불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야말로 우리 내면의 고독에 대한 가장 사실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그 밤, 그 답답함, 그 고독의 한가운데에서 신에게 보내는 조난신호처럼 쓴 글들이 이제 우리의 밤, 우리의 답답함, 우리의 고독을 도와주려 한다. 우리의 밤바다를 비춰 주는 등대 불빛이 되려 한다.

 

■ 본문에서

“토토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입을 조금 벌린 채 혀를 내밀고 헤헤거리며. 나는 발길을 멈추고 토토를 내려다본다. 토토가 나를 올려다본다. 사람이 주는 사랑이 사람의 사랑이라면, 개가 사람에게 주는 사랑은 천사의 사랑이다. 나는 나의 천사를 들어올려 꼬옥 끌어안는다. 지금 세상에 가득한 이것이 누구의 심장 소리인지 모르겠다.” (66쪽)

“마음을 강하게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평소 고난에 노출되어 있어야 근본이 강해진다. 그리고 좋은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된다. 인간은 ‘하는 것’으로 혁명을 이루지만, ‘안 하는 것’으로 구원받는다.” (70쪽)

“죽음은 삶보다 위대하지 않다. 죽음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그의 삶이다. 죽어서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천만 배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사람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위대할 필요가 없다.” (80쪽)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을 목숨처럼 여기며 살아간다는 것은 일제히 묘한 슬픔을 안겨 준다. 다만 나는 속삭이고 싶다. 사실상 인생은 시나 소설이 아니라고. 인생은 순간순간 한 편의 수필(隨筆)이다. 우리는 모두 시인이나 소설가나 수필가도 아닌 ‘수필인간(隨筆人間)’이다.” (84쪽)

“그러나 문득 그날은 꽃이 보고 싶었다. 한겨울에도 내 집 안에서 꽃을 본다면 몸이든 마음이든 아니면 둘 다이든 회복되는 기적을 만나게 될 것만 같았다. 와중에 그 작은 화원의 주인인 청년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꽃은 상황이 안온할 적에 피는 게 아니라 도리어 시달리게 되는 경우에 스스로 살고자 하는 몸부림 안에서 피게 되는 거라고. 창가에 두어 기온과 풍광의 부침을 겪는 난(蘭)과 꽃나무가 오히려 자주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이것이 원예(園藝)의 정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아침마다 꽃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나는 굳이 그 말을 믿고 싶다. 더 정확하게 그날 나는 꽃보다는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싶었으니까.”(94쪽)

“인생을 맛있는 곶감들이 주르륵 꿰어진 막대라고 상상해 보자. 그 곶감들을 이미 거의 다 빼 먹은 이가 있을 것이고, 아직 한두 개도 빼 먹지 않은 이가 있다고 할 적에, 나는 당신과 내가 후자이면서도 이만큼 잘 버티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룬 것들이 적잖은 자이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아직 좋은 일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도 되지 아니하였으나, 웬걸 크게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훗날 우리는 전자의 쓸쓸함을 목도하는 동시에 우리가 후자에 속하였기에 곶감 같은 것들의 유무와는 아무 상관없이 멋진 인생을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맨 처음 상상했던 그것은 사랑 그 자체이기도 했던 것이다. 희망은 쓸쓸해서 귀하다.”(99쪽)

목차

서문 11

1부 명왕성에서 이별

명왕성에서 이별 17
거대한 삼나무 숲 에세이 30
하얀 뭉게구름 안에 있는 것 45

2부 푹염서정(暴炎抒情)

폭염서정(暴炎抒情) 69
죽음에 관한 소견 74
수필인간(隨筆人間) 81
세상을 싫어하는 사람의 행복 86
꽃나무의 일 92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96
고독의 고백 101
괴로운 자의 행복 106

3부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115
영혼을 일깨워 주는 식물 세 가지 122
상처의 힘 129
‘겸손’에 대한 철학적, 혹은 신학적 논고 138
고래 배 속에서 등불을 켜고 145
사막을 건너는 법 156
내 왼편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오렌지색 카나리아의 노랫소리 161

4부 무장시론(武裝詩論)

무장시론(武裝詩論) 179
전사(戰士)로서의 작가, 작가로서의 전사 182
소행성에서의 글쓰기 187
사라지지 않을 권리 193
전갈자리 전문(電文) 202
시간여행자의 혁명적 산문 207
고전주의 작가의 전위소설 211

5부 나와 바오밥나무와 하나님과

나와 바오밥나무와 하나님과 225
노래의 바람을 타고 검은 별에서 멀리 233
잘못된 세계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밤길 239
사랑으로서의 질병이여, 사막과 별들의 바다여 250
장미와 장미, 그리고 장미를 위하여 257
환란 중인 지구인들을 위한 유서 작성 교본 269
타투가 있는 그 사내는 왜 서쪽으로 갔는가? 287

6부 성찰하는 괴물

성찰하는 괴물 299
국가와 환멸과 나 307
이 어두운 세계의 빛나는 작법 318
비극에 대한 계몽 335

인용문 출처 348

작가 소개

이응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 겨울호에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외 9편의 시로 등단했고, 1994년 계간 《상상》 가을호에 단편소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시집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애인』, 소설집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무정한 짐승의 연애』, 『약혼』, 장편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소설선집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등이 있다. 2008년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Lemon Tree」(40분)가 뉴욕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파리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2013년 장편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SBS 16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

독자 리뷰

독자 평점

3.5

북클럽회원 2명의 평가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