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프루프북x매일과 영원] 나의 친구 (7/25)

정용준, 문보영, 유계영, 김남숙, 강지혜, 소유정, 권민경, 김연덕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7월 14일 | ISBN 978-89-374-1740-5

패키지 변형판 113x188 · 96쪽 | 가격 15,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워터프루프북은?

워터프루프북은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지는 돌을 재활용한 친환경 방수 종이 ‘미네랄 페이퍼’로 제작되었습니다. 물에 완전 젖더라도 변형 없이 다시 말려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해변가, 수영장, 계족, 욕조 등 습기에 구애 없이 워터프루프북을 마음껏 즐겨 보세요!

 

 

기다려지는 여름 친구가 된 워터프루프북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일상과 문학론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의 산문을 모은 산문 앤솔러지로 돌아왔습니다.

 

문보영, 강지혜, 유계영, 소유정, 정용준, 김연덕, 김남숙, 권민경. 여덞 명의 이름 중 당신의 눈을 솔깃하게 하는 작가가 있나요? 동시대 작가가 자신이 쓴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혹은 엉뚱하게 이야기하는 산문을 좋아하시나요? 문학은 애쓰지 않아도 이미 일상에 스며 있는 걸까요, 혹은 일상으로부터 애써 떨어져 나와 찾으러 가야 하는 걸까요? 문학은 누구에게, 왜, 어떻게, 이렇게 소중할까요? 삶과 문학에 대한 애정과 의지를 또박또박 적은 고백을 담은 올해의 워터프루프북은 ‘나의 친구’, ‘나의 문학’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의 친구』에는 다양한 ‘사귐’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일기시대』의 문보영 시인은 어느 시기에 자신은 친구의 일기를 먹고 자랐다고 말합니다.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의 김남숙 소설가는 소설에는 쓰지 않을 친구들에 대해 씁니다. 『꼭대기의 수줍음』의 유계영 시인은 인간 친구가 아닌 동물 친구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세 개의 바늘』의 소유정 평론가는 문학을 하게 되어 만날 수 있는 동료-친구에 대해 씁니다. 『액체 상태의 사랑』의 김연덕 시인은 전혀 모르던 사이의 사람과 단박에 친해지는 마법 같은 일을 들려줍니다. 『소설 만세』의 정용준 소설가는 좋아하는 문학을 함께 좋다고 맞장구칠 수 있는 사이에 대해,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의 강지혜 시인은 애틋하고 먼 동생에 대해 씁니다. 『등고선이 없는 지도를 쥐고』의 권민경 시인은 외롭던 10대 시절 친구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나의 문학』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문학’의 소유자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 있습니다. 처음 시를 배우던 짜릿한 접속의 순간, 소설을 쓰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 썼던 아주 못 쓴 소설에 대한 기억, 노을에 대해 쓰려면 손에 대해 써야 하고 돌에 대해 말하려면 시에 대해 말해야 하는 ‘시적인’ 뒤바뀜의 순간, 등단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하고 뒤늦게야 펑펑 울었던 이상한 하루에 대한 기억,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왜 그런 모양인지 골똘히 고민하는 젊은 시인의 모습, ‘진짜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천천히 적어 보는 소설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 컴컴한 제주의 길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휴대폰에 녹음하는 섬에 사는 시인, 무엇보다 삶과 죽음 사이에 시가 있었구나 돌이켜 보게 된 시인의 고백까지.

편집자 리뷰

문학은 대체로 우리가 홀로 있는 순간에 가까이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순간에 문학은 내가 혼자이면서도 혼자이지 않도록 친구가 되어 줍니다. 한편, 홀로 해야만 하는 문학이라는 외로운 방식을 기꺼이 함께 해 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아주 소중하고 독특한 친구들의 얼굴에서 문학의 방식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문학의 방식은 친구의 방식. 친구가 되어 주는 문학과 친구로부터 오는 문학. 문학과 친구는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리의 삶이 고립되거나 튕겨나가지 않도록 해 줍니다. 문학과 친구의 닮은 점에 대해 쓴 원고를 선별하여 묶은 이번 워터프루프북은, 가능하다면 독자 여러분께서 두 권 모두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가장 문학에 대한 몰두가 열렬한 작가들에게, 친구와 문학은 겹치고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밤 모닥불을 바라보며 약간의 거리를 두고 둘러앉은 모습으로, 여덟 명의 작가들이 쓴 글 사이사이에 우리가 함께 앉는 상상을 합니다. 그때 ‘나의 문학’, ‘나의 친구’는 결국 연결되어 ‘나의-문학-친구’가 되겠지요.

 

『나의 친구』

 

누군가에게 빙의해 글씨를 연습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남의 글을 읽고 그 사람의 문체로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따라 하는 순간에는 애씀 없이 그 무언가를 하게 된다. 뭔가가 ‘하고 싶다’라는, 인생을 방치하면 좀체 생겨나지 않는 이 느낌은 소중하고 영험하다. 뭔가가 하고 싶다는 마음을 관장하는 ‘나도 할래 수용체(I want to do something receptor)’는 나이가 들면서 그 수가 점점 줄기 때문이다.

―문보영, 「모방자」

 

내가 깨어 있는 이유는, 보통 누군가를 이유 없이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다. 물론 정확히 누군가를 기다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종종 들어서 잠을 설칠 때가 있다. 언젠가 좋은 연락이 올 거야, 누군가 이 밤에 반가운 연락을 하겠지, 등등. 그러나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가끔 일어나기도 한다. 그건 내가 아는 현주가 새벽 무렵 나에게 연락을 해 올 때다.

―김남숙, 「내가 아는 현주」

 

어쩌면 모든 사랑의 이름은 단골. 한 군데에 내 계획이나 무게중심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말과 몸, 모든 형태는 사랑. 그렇기에 카페나 와인 바, 식당이나 서점, 목욕탕과 운동장과 꽃집 외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가수, 좋아하는 습관들 역시 어떤 면에서 내 구석진 단골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작가의 책만 다 골라 읽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만 다 찾아 듣다가 어느 순간 읽기와 듣기를 멈추게 되는 순간들도, 단골의 시작, 단골의 소멸과 닿아 있는 부분 아닐까.

―김연덕, 「2020년 7월 15일」

 

공원 반대편으로 내려가는데 남자아이 세 명이 보였다. 아이들은 우리가 내려가려는 길 앞에 서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한 아이가 졌고, 진 아이는 그 자리에 길게 누웠다. 우리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대체 무슨 내기를 한 걸까?

길바닥에 누운 아이는 내리막길을 가로로 굴러 내려갔다.

우리는 웃고 말았다.

“언덕에 사는 아이들은 노는 법도 다르네.”

목차

『나의 친구』

 

문보영(시인)

 

모방자 11

내 방에 물건 두고 가지 마 16

 

김남숙(소설가)

 

내가 아는 현주 23

장호원 —만두 마을 이야기 26

 

유계영(시인)

 

새가 말을 건다면 대답할 수 있겠니? 31

뿔과 뿌리 37

 

소유정(문학평론가)

 

나로부터 멀어지던 날들 43

다시, 사랑을 보여 달라고 한다면? 47

 

김연덕(시인)

 

2020년 1월 27일부터 2월 17일 사이의 짧은 일기들 53

2020년 7월 15일 58

 

정용준(소설가)

 

아는 것과 익히는 것 67

서로 고개를 끄덕여 주는 사이 71

 

강지혜(시인)

 

무정박 항해 중인 너에게 75

요정이 떠난 집에 남은 슬픈 사람들 81

 

권민경(시인)

 

오래 달리기 할 때 떠오르는 이름 85

너와 나의 말발굽 —효와 걷는 동안 1 89

언덕을 구르는 아이들 —효와 걷는 동안 2 91

작가 소개

정용준

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 『바벨』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프롬 토니오』 『가나』 『세계의 호수』 『유령』 등의 소설이 있다. 「선릉 산책」으로 황순원문학상과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로 소나기마을문학상을, 「사라지는 것들」로 문지문학상을, 『프롬 토니오』로 한무숙문학상을 받았다.

문보영

1992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준최선의 롱런』,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등이 있다. 제3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다.

유계영

198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김남숙

1993년 출생. 2015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이젠』이 있다.

강지혜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집으로 『내가 훔친 기적』이, 산문집으로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공저) 등을 펴냈다.

소유정

1992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사이’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이제니의 시 읽기」가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권민경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가 있다.

김연덕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18년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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