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바늘

소유정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9월 27일 | ISBN 978-89-374-1947-8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52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내가 가진 바늘이 비평과 뜨개와 자수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좋다.

비평과 뜨개와 자수는 지금 가장 열심히 내 삶을 굴리고 있는 것들이니까.

무엇보다 그것이 전부 손으로 하는 일이라서 좋다.”

자수가 놓인 앞면보다 실이 지나간 뒷면을 보기
완성본을 모르는 채 미스터리 니트를 뜨기
시를 읽고 소설을 읽고 비평을 쓰기
성실한 손과 소박한 마음으로 짓는 튼튼한 사랑

편집자 리뷰

■작품, 작가, 그리고 ‘나’에 대해 쓰는 문학평론가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소유정의 첫 책 『세 개의 바늘』이 민음사 ‘매일과 영원’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2018년 등단, 그리고 2021년 ‘문학하는 일’을 중심으로 에세이 한 권을 묶기까지 햇수로 4년차의 평론가가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소유정은 문학평론가로서의 리뷰와 작품 해설과 기획 평론을 쓰고, 북토크와 낭독회를 진행하고, 소설가와 시인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세 개의 바늘』에서 소유정은 어쩌면 평론가로서 자주 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그 일을 하는 ‘나’에 대해 쓰기다.
평론가는 대체로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작가에 대해 말한다. 작품을 쓰지 않고 작품에 대해 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유정은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자신을 쓴다. 그는 일상과 문학을, 말하기와 쓰기를, 묻고 답하기를 부지런히 오간다. 처음 비평 쓰기를 시작했던 순간과 등단 소식을 듣던 날 기쁨보다는 무서움이 왈칵 밀려들던 밤을 털어놓는다. 유년시절 만났던 이동도서관의 기억을, 학창 시절 ‘비밀의 책’들을 숨겨 놓던 책상 밑 책장을, ‘맛’으로 기억하는 소설들을 기록한다. 문학잡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소유정이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문학을 닮은 자수와 뜨개에 대해 쓴다. 폭신하게 잡히는 뜨개와 결이 보이는 자수를 보며 쉽게 잡히지 않는 시와 속이 보이지 않는 소설을 생각한다. 『세 개의 바늘』은 자신의 삶을 문학으로 또박또박 엮어 가는 ‘뜨개 장인’ 문학평론가의 스웨터만큼이나 포근한 자기 기록이다. 스웨터를 짜며 문학의 복잡함을, 비평을 쓰며 자수의 단단함을 떠올리는 일. 늘어나는 실 뭉치와 높아지는 책더미 속에서 분주하고 즐겁게 문학평론가로 살기. 그의 특기이자 취미인 뜨개처럼 소유정은 한 손에 일상, 한 손에 문학을 걸고 둘 사이의 적절한 리듬을 잣고 가능한 루틴을 짓는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문학을 하기 위해 번갈아 쥐는 바늘

바늘 세 개를 온전히 비평에 쓰고 있다면 난 더 훌륭한 비평가여야 했다. 아무래도 비평에 쓰는 바늘은 하나정도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나머지 두 개는?
-「세 개의 바늘」, 40~41쪽

에세이의 제목 『세 개의 바늘』은 동명의 에피소드인 「세 개의 바늘」에서 왔다. 문학평론가로서의 미래와 생활인으로서의 밥벌이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사주에서 ‘현침살’이라는 단어를 들게 되며 비로소 자신이 쉼 쉬듯 해 온, 가장 ‘손을 많이 쓰는’ 취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 순간을 담은 글이다. 역술가는 그에게 바늘이 세 개 있다고 말하며, 이것을 직업적으로 풀었을 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거라고 얘기한다. 비평을 쓴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정말 용하다, 바늘이 세 개나 된다니, 뿌듯해하는 소유정의 문장은 바늘이라니, 싶게 모난 구석이 없다. 유쾌한 에피소드지만 역술가를 찾기까지, ‘세 개의 바늘’이라는 말을 듣기까지 한 젊은 평론가의 마음속에 콕 박혀 있던 것은 바늘이 아니라 물음표였을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 뭔가를 너무 좋아해서 불안해지는 것이 있다면, 소유정에게 그것은 다름 아닌 문학이다.
그는 남은 바늘 두 개의 정체가 자신이 펜을 쥐지 않는 동안 가장 많이 번갈아 쥐는 자수바늘과 뜨개바늘이었다고, ‘유레카!’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세 개의 바늘』을 읽어 나가는 동안 우리의 머릿속에는 산뜻한 표정으로 담담히 자기 얘기를 풀어놓는 한 명의 경쾌한 바늘 사랑꾼이 그려질 테지만, 그가 내미는 문학에 대한 고백은 털실처럼 가볍지도, 바늘처럼 날렵하지도 않다. 다만 묵직하고 뭉클하다. 글이 잘 안 풀릴 때는 바늘을 쥐고 실을 풀어 보는 그는, 자신의 마음 하나도 묵묵히 풀어낸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 세 개의 바늘은 손에 꼭 쥐고 난 것이라 영영 잃어버리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만일 셋 중 어느 것이든 바늘의 일이 시들해진다면, 그래서 하나의 바늘만 남게 된다면, 그것은 비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그렇게 고백하는 손은 어쩐지 붉은 것 같다. 바늘 끝을 꼭 눌러서 빨개진 손끝, 혹은 연필을 세게 쥐고 소중한 문장을 눌러쓰느라 빨개진 손마디가 그의 진심일 것이다.


 

영원을 담은 매일의 쓰기, 문학론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과, 시간을 넘어 오래 기록될 문학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매일 묵묵히 쓰는 어떤 것, 그것은 시이고 소설이고 일기입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무심히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 집요하게 문학을 발견해 내는 작가들에 의해 우리 시대의 문학은 쓰이고 있으며, 그것들은 시간을 이기고 영원에 가깝게 살 것입니다. ‘매일과 영원’에 담기는 글들은 하루를 붙잡아 두는 일기이자 작가가 쓰는 그들 자신의 문학론입니다. 내밀하고 친밀한 방식으로 쓰인 이 에세이가, 일기장을 닮은 책이, 독자의 일상에 스미기를 바랍니다.


 

■본문에서

문학하고 싶은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아서 다른 고민을 시작했다. 말하기의 방식이 꼭 소설이 아니어도 괜찮냐고 스스로에게 물었고 한참이 지나 그렇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지 그것이 왜 좋은지 말하고 싶어졌다. 나의 좋음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같이 좋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이것이 내가 비평을 쓰게 된 이유다.

세상에는 별이 참 많다. 매달, 매 계절, 한 해에만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쏟아진다. 내가 하는 일은 별을 뱉어 내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뱉어 낸 별을 잘 보는 일. 그것들을 조심스레 주워 들고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살피는 일. 어느 한 부분의 빛이 희미하다면 왜 그런지를 들여다보는 일,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 따라서 혹은 비슷한 색에 따라서 별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문학비평이다.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더없이 기쁘다.
-25~26쪽

가끔 생각한다. 2017년 가을, 그때 한참 자수에, 그것도 체인 스티치에 재미를 붙여 끝없는 사슬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실과 바늘로 둥근 걸음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 사람의 시를 ‘나선의 감각’으로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연말을 앞두고, 나는 신춘문예에 투고하기 위해 몇 권의 책을 들추었다. 그 중에 이제니의 시집이 있었다. (……)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갔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실과 바늘을 집어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열심히 손을 놀릴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것은 같았다. 골몰하고 있던 원단 위 대상은 달팽이집이었다. 등껍질 위에 등껍질을, 그 위에 또 다른 등껍질을 체인 스티치로 쌓아 갔다. 바깥으로부터 시작해 안으로 고이는 달팽이집을 천천히 채워 나갈 무렵, 끝없이 물결치는 원형과 나선의 형상이 비단 자수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생한 움직임으로 다시 읽을 수 있던 시가 있다.
-58쪽

크로스 스티치를 얼마나 잘 하는지를 보려면 앞면의 결과가 아니라 뒷면의 흔적을 보아야 한다는 말은 유명한 농담이다. 그런데 이 말이 책 읽기를 떠올리게 하는 건 왜일까? 결과물이 있는 앞면보다 뒷면을 더 신경 쓰게 된다는 건 어떤 책을 읽은 후에 남은 자리를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 책이 던진 물음과 그것을 곱씹을수록 해소되지 않는 독자의 의문이 있다. 자수의 뒷면을 보았을 때 매듭지어져 엉켜 있거나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실이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엔 나의 이해를 돌아보기 위해 다시 텍스트를 살펴본다. 엉킨 부분을 살살 풀어 줄 수는 없는지 꼼꼼하게 만져 보는 식이다.
그것은 비평의 역할이기도 하다. 해소되어야 하는 부분을 풀어 주고, 길게 남은 의문은 깔끔하게 잘라 산뜻하게 매듭지어 주어야 한다. 혹여 손 댈 것 없이 정돈된 뒷면이라면 그것의 가치 또한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게 말끔한 뒷면의 자수를 완성하는 것이 비평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107~108쪽


 

■작가의 말
봄에는 퇴사를 했다. 조금 후련했고, 늘 그랬던 것처럼 조급했다. 직장은 그만 두었지만 글쓰기까지 그만둔 것은 아니라서 여전히 마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보냈다. 그때 쓴 원고는 모두 책으로 돌아왔다. 내가 경유한 수많은 ‘나’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을 다시금 들춰보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야 나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나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다.

목차

1부
그 전화만큼은 보이스 피싱이 아닐 수 있다 11
다글다글한 마음 19
지나온 마음들: 호기심-관심-경계심 27
비평가 선언 32
세 개의 바늘 37
문어발 인간 43
짓기, 읽기, 부르기 51

문학과 닮은 자수 1 56
문학 곁의 뜨개 1 61

2부
매주 화요일 어느 오후 나를 찾는 벨소리가 울리면 67
책상 밑 책장 73
맛으로 기억하는 이야기 80
책을 대하는 몇 가지 자세 88
난이도 초급부터 최고급까지: 삶의 지혜가 되는 퍼즐 잡지 이야기 94
나로부터 멀어지던 날들 99

문학과 닮은 자수 2 105
문학 곁의 뜨개 2 110

3부
같은 호흡의 시간 속에서 117
질문하는 생활 124
여전히 나를 쓰게 하는 김민정의 이야기 130
다시, 사랑을 보여 달라고 한다면? 137
내가 아는 작업실 144
달리는 인터뷰 151

문학과 닮은 자수 3 161
문학 곁의 뜨개 3 165

4부
어떤 단어들의 맛 173
연루 너머의 연대 181
사랑_최종_이게진짜_진짜최종.txt 188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랑이 있다고 198
우리 모두의 초록 214
하나의 이름에게 223

문학과 닮은 자수 4 233
문학 곁의 뜨개 4 239

부록: 그 밖의 손으로 하는 일 245
작가의 말 251

작가 소개

소유정

1992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사이’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이제니의 시 읽기」가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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