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소리

원제 Le Son au cinéma

미셸 시옹, 지명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8월 7일 | ISBN 978-89-374-2613-1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7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소리는 영화에서 어떻게 자신의 장소를 찾아가는가. 소리 예술로서의 영화, 그 메커니즘과 역사, 미학을 파헤치며 영화에 있어서 소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

편집자 리뷰

최초의 소리
최초의 영화 상영(뤼미에르 형제) 때부터 영사기 옆에는 피아노와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영사기에서 자그맣게 들리는 소음을 감추기 위해서.> 사람들은 보는 즐거움을 망치지 않도록 할 듣는 즐거움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이미지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음악은 어둠 속에서 휘파람 부는 아이처럼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영화에서의 최초의 <소리>란 음악이었다. 그러나 영화 음향의 문제는 영화 밖의 피아노 음악이 아니라, 영화 <속>에 소리가 삽입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이미지들이 언제부터 소리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 소리를 내는 것은 누구(무엇)이며, 그 소리는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화면 안에서, 화면에 당장은 나타나지 않지만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영화 속 어떤 장소로부터, 혹은 영화 속 장면과 전혀 관계없는, 천상의 어느 곳으로부터도 영화의 소리는 나오기 시작했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과거에 무성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이미지가 암시하는 모든 소리들을 마음속에서 상상하며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영화 속 소리가 현실과 100% 일치할 수는 없는 현재의 유성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 에이젠슈테인의 [파업]에서 노동자 폭동의 시퀀스는 공장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 모습을 화면으로 집요하게 반복하고 있다. 또는 [마부제 박사의 증언]에서 흔들리는 촛대나 물병의 오래된 효과들은, 들리지는 않지만 <소리를 보여 주고> 있다. 이 밖에도 관객들은 화면 속에서 파도가 치거나 나뭇잎이 흔들릴 때 그 소리가 영화에서 <들린다>고 상상하면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성 영화에서 소리가, 마치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파티에 늦은 손님처럼, 스크린 속으로 덥석 끼여들 경우, 관객은 상상의 소리 위에 덧붙여진 이 군더더기 소리를 <잉여>라고 느낀다. 마치 입체 영화의 불필요한 입체성이 훌륭한 영화의 감상에 방해가 되듯이 말이다.
그 외에도 유성 영화의 불편함은 또 있다. 무성 영화에서는 잠시 스토리 진행에서 벗어나 주변 상황을 묘사하는 등의 느슨한 전개가 가능했다. 촬영된 필름을 틀 때에도 마음대로 영화를 빨리 돌리기도 하고 느리게 돌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현실의 소리를 사용하는 동시 음향 이후에는 이런 것들이 불가능해졌다. 이제 영화는 초당 24프레임의 이미지의 연속으로 고정되어 쉴 틈 없이 흐르는 시간의 법칙에 복종하게 된다.
그런데 음악은 종종 유성 영화에 한숨 돌릴 틈을 준다. 동시 음향이 일시적으로 소멸되는 동안, 유성 영화는 모든 순간들의 연속되어야 한다는 끔찍스런 법칙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시간 속을 탐험할 수 있다. 음악은 일년을 바짝 줄이거나 일초를 늘이고 서로 다른 여러 장면들을 하나로 이어준다. 이러한 현실의 시간성으로부터의 해방은 또한 영화가 침묵의 언어를 되찾을 수 있게 한다. 음악은 시-공의 중계자이고 모든 구체적인 단절을 뛰어넘는 장소 중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소리
예를 들어 [스타 워즈]에 나오는 주인공의 광선검은 그냥 봐서는 생기 없는 빛 조각에 불과하다. 이 검에서 움직일 때 나는 웅웅 소리가 없었다면 그렇게 생각됐을 것이다. 이 소리가 검에 일종의 떨리는 생명을 주고 있다. 이 예로부터 어떤 사물의 생명 속에서 소리가 갖는 역할을 주목해 볼 만한데, 이러한 추가된 <가치>는 신비스런 시각적 특성으로 전환된다. 관객은 이 빛이 떨리는 것이 <보인다>고 믿는 것이다.
스피커가 스크린 뒤에 있든지, 텔레비전처럼 옆에 있든지, 드라이브 인 시어터에서처럼 스크린과 분리되어 있든지,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헤드폰을 끼든지 간에, 매우 강력한 환상의 메커니즘을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공간상 완전히 분리되어 있던 소리와 이미지들이 결합하여, 소리가 스크린에서, 그 거짓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하는 환상을 우리에게 심어줄 뿐만 아니라 배우가 넓은 스크린 속에서 이동할 때 그의 목소리 역시 이동한다고 믿게 해 주는 것이다.
어떠한 새로운 영화 이미지에서라도 소리는 지극히 현실적인(전형적인) 양상의 것이 삽입되어야 한다. 비록 우주 공간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지만, 영화에서 우주선이 날아다닐 때는 휘휘 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고, 주먹질을 할 때는 펄럭 퍽퍽 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영화 감독들에게 있어 소리와 이미지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까지도 큰 고민거리에 속한다. 그들은 이 문제를 그냥 엔지니어에게 일임하거나, 원칙이 서로 제각각인 스튜디오들에 당도해서야 대강 해결하려 한다. 사실 가장 사실적인 영화라 할지라도 <실제의> 소리, 순수하게 동시 녹음된 소리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이런 문제를 은페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 빠른 편집과 수많은 대사, 산만한 음악, 사방에서 튀어 나오는 효과음으로 가득 찬 <음향 테이프>가 가지는 밀도와 유동성이 매우 효율적으로 소리의 거짓 일치를 은폐한다.
영화 음향의 개선을 위하여
저자는 책의 앞쪽에서 비관습적인 방식으로 영화의 소리를 만들어 내려 했던 여러 예들을 미학적이고 역사적으로 분석한 다음, 점차 현재의 기술적인 부분과 문제점들을 짚어내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조심스럽게 개진하고 있다.
그가 제안하는 바는 음향의 구상자(감독 혹은 디자이너)와 기술자로 구성된 전문적 팀을 만들고, 영화의 감독이 이들과 효율적인 팀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동시 녹음, 후시 녹음에 관련된 소모적 논쟁 대신, 이들을 적절하게 안배하여 <음향 시뮬레이션 작업>처럼 보다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일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각 영화들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음향>와 <음악>이라는 요소들을 이제까지의 어느 책보다도 풍부한 이론과 사례들을 통해 풀어 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은 영화에서의 소리에 관한 보다 심도 싶은 이해와 관점을 정립하고 방향을 세워 나가도록 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할 것이다.

목차

1. 자신의 장소를 찾는 것 소와 음매소리 세개의 경계 청점 현실의 시간, 진정한 공간, 직접 음향 음향 – 테이프와 결별하(지 않)기 위해 2. 영화에서의 음악 영화음악, 영화에서의 음악 냉담한 미녀 장소 중의 장소 음악을 활용하기 3. 소리의 연출 영화의 음향 개선을 위한 겸허한 제안들

작가 소개

미셸 시옹

미셸 시옹은 프랑스의 다재다능한 영화인이다. 그는 영화 음악의 작곡가이자, 영화 비평가로서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인이고, 자신이 직접 영화를 만드는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영화와 목소리> <구멍 뚫린 막> <시청각> <영화와 음악> 등 영화와 소리 전반에 관한 의욕적이고 야심찬 저서들을 내놓는 독보적 연구자이다. 그의 연구는 파리 3대학과 FEMIS에서의 강의를 통해 더욱 심화되고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영화와 소리>는 이러한 그의 대표 저작이다.영화 음악 작곡자 및 영화 비평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인.
저서로는…
영화와 목소리 La VOIX au CINEMA(1982).
구멍 뚫린 막 La TOILE TROUEE(1988).
시청각 L’AUDIO-VISON(1990).
영화와 음악 La MUSIQUE au CINEMA(1995).

지명혁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파리 1대학 영화학 석사, 박사. 현대 국민대 연극영화과 교수. 주요 역서 <영화와 현대 사회> <영화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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