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 다자이 오사무 1947

연령 7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9월 28일

몰락한 귀족 집안의 딸인 가즈코는 이혼 후 낙향하여 건강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봉양한다. 전쟁에 징집되었던 남동생 나오지는 패전 후 약물에 빠진 상태로 돌아온다. 어머니는 폐결핵으로 기력을 잃어가는데 나오지는 술에 빠져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탕진해 간다. 자신의 삶을 찾겠다고 마음먹은 가즈코는 나오지의 은사인 작가 우에하라 씨에게 연서를 보낸다. 그리고 묘하게 얽혀있는 그들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난다.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달콤한 일이며, 너무 좋은 것이다 보니 심술궂은 어른들이 우리에게 포도가 시다며 거짓을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p. 109 )

아아, 이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거야. 하지만 이 사람들도 내 사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해서든 끝까지 살아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살기 위한 이런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아슬아슬 숨이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p.136)

작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다. 태평양 전쟁을 겪으며 약물중독과 좌익혁명의 이상에 빠지기도 했던 작가는 폐 질환으로 고통을 받으며 여러 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성공한다. 독백, 꿈, 서신, 일기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쓰인 이 작품은 널리 알려진 ‘인간실격’에 못지 않다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