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책에 실린 작품인 노부인의 방문을 연극으로 보았었다.
기회가 된다면 희곡으로 읽고 싶었는데 희곡으로 읽으니 깊이감이 더 살아나고 다른 의미로의 해석, 확장이 가능해진다.
아무래도 연극은 이 희곡을 해석한 연출가의 의도가 더 많이 보이는 것이고 텍스트 자체로 읽으니 더 넓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명의 희생이 과연 진정한 전체의 행복을 가져올 수 있을까.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확실한 답을 알 수 없을 것 같지만 희생당해야만 하는 일이 차라리 숭고해보이고 그를 죽여야만 하는 귈렌 시민의 입장은 더욱 잔인하다.
또 다른 수록작품인 물리학자들도 노부인의 방문과 비슷하다.
혼자서 하려는 일은 동의를 얻지 못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니 한 명은 실패한다.
반사회적인 비판가이자 비평가였던 뒤렌마트의 사상과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다.
희곡을 이렇게 흥미진진한 기분으로 읽은 작품은 아마 처음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