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면서 마냥 즐거워했었다. 겁이 없고 마음먹은 일은 뭐든 해내는 톰이 부럽고 신기했었다. 물론 마크 트웨인의 작품답게, 밝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무섭고 껄끄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나를 사로잡았고, 그 후의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부모님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사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이 책은 두꺼운 데다가 잘 읽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실망했었다. 역시 너무 어렸었던 것 같다. 헉이랑 비슷한 나이였을 텐데도… 헉이 겪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낯설고 두려운 경험이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자라온 나는 헉의 모험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래도 헉의 이야기가 궁금했기에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이 책을 다시 펼쳤다. 그동안 꽤 많은 일들을 겪었기에 여전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헉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어른들의 세계. 폭력, 속임수, 욕망. 엄격한 청교도 사회와 노예제도. 헉이 하나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헉은 불편해한다.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헉을 따라가며 충격을 받았던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헉과 미시시피 강을 잊었었다.
나도 헉이 바라봤던 그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헉의 이야기를 잊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