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고도가 오려나?

여러가지로 의외라고 생각한 책이었다. 어떤 내용일지 짐작했던 건 아니지만 대본형식으로 쓰여있던 건 정말 의외였다. <실락원>이 구약성서의 내용을 성서와 비슷한 형태로 쓴 것 처럼 말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짧은 이야기다. 동시에 영원히 지속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시골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장소에서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고도를 기다려왔는지는 알 수 없다. 노상 잊어버려서 바로 어제 자신이 여기 왔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포조와 럭키도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처럼 조금씩 모자라고 고장난 사람들이다. 럭키는 포조의 늙은 노예고 시키는대로 하지만 어쩔땐 제멋대로 행동한다.

 

이 사람들은 일관되는 말이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끝까지 지속시키고 있는 일이 바로 고도를 기다리는 일이다. 고도는 오늘 온다해놓고 심부름꾼 소년을 보내서 오늘 못오고 내일 온다고 전하고, 그럼 두사람은 또 기다리고, 소년이 다시 와서 내일 올거라고 말하면 두 사람은 다시 기다리고. 1막과 2막이 모두 이런 식이다. 이야기는 그 이후로도 계속 될 것이다. 고도는 끝까지 오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고도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사람이 맞기는 할까? 어떤 상징을 보여주는 걸까? 모자라고 몰개성적인 이 인물들이 그 척박한 장소에서 계속 기다리는 그 고도는 도대체 누구일지 읽는 내내 궁금했다. 작품해설에서 설명을 해주겠지 하는 맘편한 생각으로 작품해설을 읽고 나서야, 그건 누구도 설명해줄 수 없는 것임을 알게되었다. 베케트 자신도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속에서 썼을 것”이라 했다하니 그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린것이다.

 

고도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신이거나, 죽음이거나, 성공, 부, 사랑… 우리는 어떤 고도든지 계속 기다리고 있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거지.

 

내용은 재미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인생도 멍청하게 고도만 기다리면서 시간 때울 궁리나 하고 있는 이 인물들처럼, 재미없고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그 어떤 누구이기도 하고 그 어떤 누구도 아니기도 하다.

우리는 지루하고 바보같은 걸 알면서도 계속 기다릴 것이다. 내일은 고도가 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