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가끔 읽게 되는 작가가 있다. 그들 중 한 명이 요시모토 바나나다. 출세작인 ‘키친’을 처음 읽었을 때 밋밋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 다시 읽은 후 생각을 수정한 기억이 있다. 처음 읽을 당시 나의 책 읽는 법과 생활방식이 지금과 상당히 달랐던 것도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집중력과 취향 탓이 아닌가 한다. 인터넷으로 읽었던 ‘키친’은 건성 건성으로 읽었고 이야기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였다. 남성적인 굵직함이나 몽환적인 이야기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 소녀 취향으로 느껴졌었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바뀌었지만 몇 권 더 읽은 그녀의 작품에서 마음에 드는 장편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뭐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첫 작품인 ‘키친’을 능가하는 것을 발견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집에서 다시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장편으로 생각하였는데 세 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이었다. 그것도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었다.
무겁거나 어둡거나 힘겨운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통해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리움과 안타까움 등을 그려내고 있다. 각각 죽은 방법이 다르고 그 상처가 여러 방법으로 드러나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들을 구원하고 있다. ‘하얀 강 밤배’에서 자살한 친구나 ‘밤과 밤의 나그네’의 교통사고 당한 오빠나 ‘어떤 체험’에서 연적이었던 이의 알콜중독사 등으로 그들은 죽었으나 현실의 무거움과 어두움과 방황을 되풀이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기억이나 추억 등은 이 모든 힘겨움을 이겨내는 좋은 약이 된다. 비록 풀어가는 방법이 현실적이지 않고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힘을 내게 하는지 모르겠다.
가끔 나른한 잠에 취해 헛것을 본 듯하거나 사무치는 그리움에 밤거리를 방황하거나 예전에 있었던 일이 마음에 걸려 안타까워하거나 하는 일들을 우리는 겪게 된다. 그 이유를 알지만 해결한 방법은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 없다. 잠시 후 잊게 되겠지만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그 뒤끝을 가볍게 털어낼 수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편안한 것이다. 여기 세 편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그런 삶의 한 면을 몽환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바나나는 아마 장편보다 단편이 나에게 더 맞는 모양이다. 현재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