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이야기를 실어…..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펼쳐 보았을 때 책 중간 중간에 있는 그림과 사진 때문에 기행문 정도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었다. 반이 맞다고 한 것은 저자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였고 이때 느낀 감성과 풍경을 담아 짧은 단편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7편의 단편이 여행 일정 순서와 유사하고 남미의 풍경을 묘사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바나나의 상상에 의해 덧붙여진 것들이다.

 

제목에서 느낀 불륜보다 남미가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책 속에 담긴 사진들 때문이다. 작품 전체적으로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책을 덮고 난 후 남는 것은 역시 강한 인상을 주는 그림과 사진이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글 속에 강한 남미의 풍경을 남겨놓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추억이나 기념 같은 이야기들이 잔잔히 가슴 속에 들어오지만 마지막에 본 이과수 폭포의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은 잠시 책 내용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림과 사진에 대한 것을 말하지 않고 이 소설집의 내용을 이야기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 소설 속 풍경을 사진과 그림으로 그려내었는데 읽기 전과 후에 그 이미지는 더욱 강하게 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사진과 그림이 더욱 증폭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상의 소소함과 감정이 미묘한 변화를 잡아내는 그녀 특유의 문장이 살아있다. 불륜과 남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불륜들이 나오는데 이 불륜이 강한 것이 아니라 약간 맹한 느낌이다. 타오르는 열정과 아슬아슬함이 느껴지지 않고 보통의 연애나 일상처럼 보인다. 이것이 남미라는 열정적 지역과 비교되면서 더욱 그런 느낌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집의 가장 큰 장점은 아르헨티나에 가고 싶게 만드는 힘이다. 소설 속 이야기보다 배경이 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풍경이 더욱 관심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바나나의 감성적인 문장에 빠져있었다면 읽은 후 작가의 말처럼 여행을 떠나 아! 여기가 그곳이구나! 하는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불륜이 열정을 불러오지는 않았지만 남미의 풍경은 충분히 열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