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문과 일상생활을 그려낸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나의 취향엔 아니다. 집중하여 읽지 못한 잘못도 있을 것이고,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미시적인 묘사와 서술은 그 속에서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언지 잊어버리게 한다. 찾는 것을 포기하고 문장에 집중하면 짧은 문장에 호흡이 빨라진다.
대학 시절 단편에 재미를 들였지만 외국소설의 경우는 아직도 예외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조차 나에겐 재미없다. 차라리 콩트라면 그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이름에 상관없이 집중하기 쉬울듯하지만 인물과 지명 등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쉽지 않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름으로 남녀를 구분해야 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장편에서 잠시 흐름을 놓친다고 해도 곧 다른 이야기에서 흐름을 찾을 수 있기에 편하게 읽는다.
9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역시 표제작이다. 첫 작품인 ‘붉은 산호’와 ‘헌터 톰슨 음악’도 마음에 든다. ‘붉은 산호’는 증조할머니 이야기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교묘하게 엮어 비극을 보여주는데 왠지 비극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모호한 문장과 확실한 사실로 재미가 있었다. ‘헌터 톰슨 음악’의 노인과 소녀의 관계는 본문에 나오는 수많은 음악과 더불어 조그마한 설레임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좋다. 역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여름 별장. 그 후’다. 매력적이고 잘생긴 택시 운전사 슈타인과 나의 관계부터 그를 둘러싼 성관계들과 다 허물어져가는 집에 대한 묘사와 애정은 빙판에 빠진 친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과 묘하게 어울린다. 마약을 하고 빙판에 빠진 친구를 보고 웃고 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거액을 들여 산 후 좋아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지만 마지막에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마무리와 문장 ‘나중에’에 빠져든다.
편하게 읽히는 일본 현대 소설을 요즘 자주 본다. 가끔 한국소설도 보지만 무겁고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 소설은 좀 멀리한다. 가끔 읽기는 하지만 역시 그런 소설들은 읽을 당시에도 읽은 후에도 여파가 남아있다. 이 소설집도 모두 읽은 지금 그 속에서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왜? 라는 질문도 하고 싶지만 짧은 단문과 나에겐 비일상적인 삶들이 거리감을 둔다. 나중에 다시 이 단편들에 공을 들여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기약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