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란 무엇일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는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영혼을 수거해서 모아두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죽음의 사자가 등장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찰리는 바로 죽음의 사자다. 그가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아내가 죽은 현장에서 죽음의 사자를 보면서부터다. 이 괴상한 능력을 거부하고 두려워하지만 어느 순간 적응하고 열심히 그 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얼마나 선량한지 알게 된다.

 

소설은 속도감 있고 재미있고 유쾌하다. 한편의 도시 판타지 소설이다. 죽음의 사자가 나오고, 괴물이 나오고, 영혼을 수집하고 판매한다. 일상의 삶에서 상상만으로 존재할 듯한 괴물이 나와 강할 것 같은 죽음의 사자를 공격한다. 죽음의 사자는 생각보다 평범한 존재로 일반 사람과 동일하게 강한 충격으로 죽을 수 있다. 특별한 능력이라고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곧 죽을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과 영혼이 담긴 물건을 알 수 있다는 정도다. 서양의 큰 낫을 든 사자의 모습이나 우리나라의 검은 도포에 하얀 얼굴을 한 저승사자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그 인간적인 모습은 책 읽는 동안 즐거움을 준다.

 

더티잡. 더러운 직업이 뜻하는 바는 바로 영혼을 수거하는 죽음의 사자 일이다. 자신의 수첩에 이름과 기한이 나타나면 그는 그곳으로 가서 영혼이 담긴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만약 그가 그 물건을 가져오지 않고 지하세계에 사는 괴물들이 차지하게 되면 그들은 영혼의 힘으로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된다. 이 영혼은 그들이 상처 입었을 때 강력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곡으로 대변되는 이 괴물들과 찰리의 대립과 다툼은 당연하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두 단어가 있다. 알파 남성과 베타 남성이다. 알파 걸에서 알 수 있듯이 알파 남성은 소위 말하는 엄마 친구 아들이다. 뛰어난 외모와 육체적 능력에 지적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역사 이래 수없이 많은 여자를 울리고 거느린 이들이다. 이에 비해 베타 남성은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남자들이다. 능력이 조금 떨어지다 보니 다른 방면으로 그 능력이 발전했다. 전쟁의 승리자들 옆에 기생해서 전리품을 챙기고, 패배한 경우 남은 과부들을 차지하는 등 그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나 그림자 같은 인물이다.

 

이런 베타 남성의 전형이 찰리다. 그가 죽음의 사자를 보게 된 것도 태어난 딸에 대한 걱정과 아내를 위해 CD를 가져다주려고 하면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가 인생의 패배자란 의미는 아니다. 다만 평범하거나 약간 걱정이 많은 남자란 뜻이다. 그의 주변에 역시 특이한 인물들로 가득하다. 경찰출신으로 자신의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레이나 학교를 멀리하고 음침한 문화를 즐기는 릴리나 레즈비언인 누나와 그 누구보다 특이한 딸 아이 소피가 있다. 아! 아이를 돌보아 주는 러시아와 중국 아줌마 두 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소피를 지키기 위해 나타난 지옥의 개들.

 

판타지 소설 같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 영혼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고, 곳곳에 담겨 있는 블랙유머는 순간순간 웃음을 터지게 한다. 책 광고에 팀 버튼의 상상력이라고 했는데 읽다보면 영화로 만든다면 역시 팀 버튼이란 생각일 절로 든다. 가장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는 장면은 지난 번 선거 결과와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연결하여 서술한 장면이다. 작가도 어지간히 부시가 싫은 모양이다.

 

책은 처음부터 윤회를 배경으로 썼다. 하지만 그 실체를 완전히 확인하는 것은 책의 끝부분으로 오면서다. 티베트 불교와 티베트 사자의 서를 인용하면서 영혼의 불멸성과 윤회를 풀어낸다. 재미난 점은 마지막 장면이 지극히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것이다. 코믹하고 엽기적인 장면이지만 어쩌면 가장 이 소설다운 장면인지도 모른다. 책 전반에 흐르고 있는 블랙유머와 현실 풍자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상당히 두텁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한없이 가볍고 유쾌하고 즐겁고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