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빨강…. 강렬한 색이여~

이스탄불을 무대로 펼쳐지는 음모와 배반

그리고 사랑…!! 이라는 책의 타이틀에

눈길이가고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접하게 된 오르한 파묵의 책

내 이름은 빨강…..

 

독특한 작가의 서술방식….

모든 주인공과 사물들이 1인칭 “나”의

형태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한다. 이렇게 나도 주인공이 되어간다.

 

이야기는 일생을 세밀화에 바친 어느

금박세공사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슬람 최고의 지도자 술탄은 최고의

세밀화가 에니시테에게 베네치아에 보낼

책에 이슬람풍이 아닌 베네치아 풍으로 그린

그림을 넣어 제작하라고 은밀하게 지시한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엄청난

일이었다.

 

이슬람풍이 아닌 그림은 무조건 이교도적인

그림이라고 비난을 받았지만 술탄은 이런

무모하고 어려운 일을 진행함으로써 개혁의

단초를 이루려하고 이 사명을 받은 세밀화가

에니시테는 그를 포함한 4명의 세밀화가를

은밀히 뽑아 최선을 다해 그림을 완성하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밀화가 4명중 한명인

엘레강스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슬람 세밀화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갈 그들…

세밀화가들……

평생을 다해 세밀화를 그리다 종내에는 눈이

멀어야 진정한 장인으로 추앙받고…

눈이 멀고 난 후엔 기억에 의존해 그림을

그래내야 했던 그들…..

 

그들에게 세밀화에 무언가를 표현하려 했다는

시도만으로 신을 모독하는 행위였고

그림에 자신만의 표현을 했던 누군가는

죽임을 당했으며 베네치아에서 건너온

화풍을 따라 자신의 이름을 세밀화에 새겼던

누군가는 다시는 세밀화를 그릴 수 없었다.

 

우리의 에니시테는 베네치아 인물화를 보고

그대로를 모방하는 세밀화가 아닌 사람의

눈동자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입술에선 기쁨을

표현하며 코는 단지 얼굴을 나누는 기준이 아닌

숨 쉬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임을 발견한다.

그는 오로지 똑같이 정교하게 그려내기만하는

세밀화는 더이상은 그릴 수 없음을……

이제는 세밀화에도 개혁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발견으로 인해….

이 시도로 인해 그는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 시대에선 이런 시도가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의 큰 개혁이었고 혁명이었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일상의 표현들이

행동들이… 어느 시대에는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의 개혁이라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한권의 책안에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

동양문화와 서양문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문명의 흥망성쇄가

들어있다는것이 정말 대단하다.

 

세밀화가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도

흥미진진 했지만 위대한 세밀화가들의

화려하고 깊이 있는 작업과 그들의

세밀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들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

세밀화가들의 세계에 눈을 뗄수 없을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

 

거기에 아름다운 이스탄불 거리가

한눈에 보이는듯한 아름다운

묘사까지…..

 

지금 내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달하고

한다면 주저없이 권할 것이다…

내 이름은 빨강을 읽어보시라고….

 

이 책을 읽으며

아름다운 세밀화를 느껴보시고…

이스탄불 사원을 둘러보시고…

이스탄불 거리를 활보해 보시라고…

그리고 오르한 파묵의 매력에

빠져보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