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사랑은 같은 말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이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엉켜있는 삶들을 통해 보여준다. 단순한 줄거리에 비해 복잡한 인물들의 감정과 그들 간의 관계. 읽을수록 착잡해지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잘못 이해된 채 사랑받을 것인가, 오해도 사랑도 받지 않고 살아갈 것인가, 물으면 그래도 역시 제대로 이해 받으며 사랑도 받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나 역시 제대로 이해하려 몇 번이고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은 그러한 번거로운 투쟁에서 드물게 승리하며 의미를 갖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삶의 그런 숱하고 지루한 과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바로 제가 원하던 거였죠. 진실은 진실이 아니고 인생은 스스로에게서 숨을 수 있는, 그런 다른 세상에 저 홀로 있는 거요. 저 항구 너머, 해변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 곳에서는 땅 위에 있는 느낌조차도 없어졌어요. 안개와 바다가 마치 하나인 것 같았죠. 그래서 바다 밑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오래전에 익사한 것처럼. 전 안개의 일부가 된 유령이고 안개는 바다의 유령인 것처럼. 유령 속의 유령이 되어 있으니 끝내주게 마음이 편안하더라고요.” (p.159-160)